5월15일 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아 우리는 한글창제의 뜻을 기리는 여러 가지 행사를 갖는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언어습관을 보면,과연 우리는 세종대왕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인터넷이 의사교류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영어는 ''사실상의 표준언어''가 돼가고 있다.

지난해 어느 작가는 영어공용화를 주장해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다 ''조기 영어교육이다''''조기 유학이다''하면서 영어 공부에 힘을 쏟으며 ''한글은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걸림돌''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생기게 되었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신경제''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경제성과 효율성에 집중되다 보니 언어의 장벽은 이제 비효율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신과 혼을 강조하며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한글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우수성 증명을 소홀히 했던 기성세대의 안이함도 한몫 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글 경시 풍조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그런데 한글은 정말 인터넷시대의 걸림돌인가.

아니다.

오히려 한글은 인터넷이나 컴퓨터와 결합해 만들어 내는 정보기술산업 활성화 효과나 그 부가가치로 볼 때 훌륭한 ''경제 자원''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차세대 도메인 체계로 각광 받고 있는 키워드한글네임이나 외국어 자동번역프로그램은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한글키워드의 경우 한국에서만 향후 10년 내에 시장규모가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이용을 편리하게 함으로써 인터넷의 사용 저변을 늘리고 정보취득과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감안한다면 그 시장가치는 훨씬 크다.

또 한글 글꼴은 어떤가.

정보전달 매체가 종이에서 디지털신호로 바뀌게 되자,문자의 가독성이 정보 전달자들에게는 정보 자체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한글 글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해마다 많은 한글 글꼴이 새롭게 선보이며 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인터넷은 다양한 언어의 존재로 인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장이 되고 있다.

또 언어체계의 차이는 국가마다 고유의 경쟁력을 유지,발전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즉 언어의 차이로 자국어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고유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면서 제품에 경쟁력이 발생하고,반면 단순히 문자 체계만 바꿔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외국회사는 언어의 장벽을 실감하고 실패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경제적 이익으로 우리에게 보상한다.

다만 한글을 인터넷산업의 자원으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의식변화다.

이제 한글은 문화적 유산만이 아닌 사업의 아이템이며 산업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절이나 고궁이 문화유산인 동시에 관광자원이 되듯이,한글을 문화유산으로 아끼면서도 이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적극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또 한글과 관련된 민간단체들의 연구활동도 활성화돼야 한다.

한글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한글을 아껴야 한다는 주장만 하지 말고,한글의 디지털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차원의 지원도 중요하다.

재정적 지원도 있어야 하겠지만,한글과 관련된 정보산업은 국민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 한글키워드나 한글 글꼴 등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법률적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한글은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더 큰 이익과 풍요함을 가져다 줄 것이다.

charm@charmsmart.com

◇필자 약력=

△독일 구텐베르크대 불문학·신학
△미국 인디애나주 트리니티 신학대학원 석사
△1986년 한국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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