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역조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의 국제가격 급락으로 수출 단가가 수입 단가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교역조건 악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중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68.3으로 작년 같은 기간(73.1)보다 6.6% 하락했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가 68.3이라는 것은 수출 100 단위에 대해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이 68.3 단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교역 조건이 매우 나빠졌다는 얘기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가 100 이상이면 수출한 것보다 더 많은 물품을 수입할 수 있어 교역 조건이 좋아졌다는 것을, 반대로 100 이하면 수입 단가가 더 높아 교역 조건이 나빠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난 1.4분기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지난 95년 이후 최저 수준인 작년 4.4분기(68.2)에 비해 불과 0.1포인트 오르는데 그친 것이다.

한은은 수입 품목에서 비중이 큰 원유가가 작년말 배럴당 30.9달러에서 25.8달러로 안정된 덕택에 그나마 교역 조건이 조금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별 교역지수는 △1월 68.7 △2월 68.0 △3월 67.3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연간 교역조건지수도 지난 95년 100을 기준으로 계속 낮아져 △96년 90.5 △97년 88.1 △99년 82.4 △2000년 72.2로 떨어지는 등 계속 미끄럼을 타고 있다.

◇ 수출단가 큰 폭 하락 =교역 조건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수입 단가가 전년 동기대비 4.1% 하락하는데 그친 반면 수출 단가는 무려 10.4%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수출 단가는 작년 4.4분기에도 7.8% 떨어졌었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가 전년 1.4분기에 비해 각각 49.3%와 25.6%나 떨어져 수출단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혔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를 제외한 수출단가 하락률은 1.8%에 그쳤다.

승용차(9.8%)를 제외한 섬유사(마이너스 17.4%) 철강(마이너스 8.6%) 직물(마이너스 4.7%) 등 대부분 품목의 수출가격이 떨어져 수출단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반면 수입 단가는 국제유가 안정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자본재와 소비재 가격도 떨어져 전년 동기보다 4.1% 낮아지는 데 머물렀다.

특히 원유를 제외한 수입단가 하락률은 3.6%를 기록했고 곡물(6.1%)과 경공업원료(3.7%) 비철금속(2.5%) 등의 수입 단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 수출물량은 증가 =석유제품 기계류 전기전자 등 중화학공업제품 수출이 늘어 전년 동기대비 11.7% 증가했다.

반면 수입 물량은 내수경기 부진과 소비.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이 줄어들면서 전년 동기대비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98년 4.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물량 증가에 힘입어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수입량을 나타내는 소득 교역조건지수는 올 1월 139.1에서 2월 149.2, 3월엔 162.1로 1월을 기점으로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