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재벌규제완화''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을 계기로 기업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논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여야는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투자 및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대기업 관련 각종 규제의 대폭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나선데 대해 민주당은 기업 개혁정책의 기본틀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여야간 규제완화의 속도와 폭에서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김만제 정책위의장은 14일 "현 정부의 재벌정책은 개별회사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하려는 일종의 해체정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도 이날 ''기업활동 규제정책에 대한 정책제언''이란 자료를 통해 "현 정부는 집권 초부터 재벌개혁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었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규제 장치로만 기능해왔다"고 지적하고 △출자총액 25%제한 △부채비율 2백%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 등의 폐지 또는 완화를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또 "출자총액제한은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초과분 해소 시한인 내년 3월 말까지 기업들의 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개선 정도가 미흡할 경우도 이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지적하고 "부채비율 규제도 금융기관에 일임함으로써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한나라당의 재벌정책을 한마디로 "재벌 선심정책"이라고 일축했다.

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개혁의 기본 틀인 부채비율 및 출자총액 제한,30대 기업집단 지정제 등을 수정하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문어발식 경영을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재벌정책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재벌을 위한 선심성 공약"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민주당도 위축된 기업의 투자심리 등을 감안,제한된 범위내에서 일부 재벌정책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 위원장이 "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경우 개혁의 기본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미래지향적인 개혁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김병일·김동욱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