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경제정책 개선 요구가 잇달아 제기되면서 정부와 재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마저 논쟁의 소용돌이에 가세하는 듯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경제정책,특히 기업규제정책을 둘러싸고 재계와 정부간의 견해차가 심화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문제를 풀어가는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머리를 맞대고 숙의한다해도 풀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좀더 유연한 자세로 재계의 건의를 경청하고 과감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재계의 정책건의는 돌발적인 것도 아니고,의도적인 것도 아니다.

이미 예정된 일정에 따라 재계의 입장을 밝힌데 불과하다.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가 14일 공동으로 59가지의 기업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는 정부와 경제5단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기별로 규제개혁과제를 선정해 개선하는 상시협의체제를 가동키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미 지난 1·4분기에 경제단체로부터 37건의 규제개혁 과제를 건의받아 22건은 이미 수용했고, 나머지는 검토중이다.

전경련이 이날 7개 분야 33개 정책개선 과제를 제시한 것도 16일의 정재계간담회를 앞두고 제출한 통상적인 절차다.

그런데도 갈등이 증폭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너무 경직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컨대 기업경영환경이 크게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출자총액제한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관련 규제는 전혀 손댈 수 없다는 식으로 쐐기를 박고 나섬으로써 논란을 증폭시키게 된 것이다.

물론 재계의 요구를 1백% 수용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심각한 불황에 직면해 기업도산과 실업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경제정책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는 논란의 대상도 아니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규제를 풀어 기업의 창의와 의욕을 북돋워주는 것보다 더 긴요한 과제는 없다.

특히 정부가 기업 스스로 선택해야 할 경영행태까지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좀더 심각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기업규제 논란이 여야간 정치쟁점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염려스러운 점이다.

정당의 정책기조가 다를수는 있지만 기업정책이 정쟁의 도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건 야건 시장경쟁원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기업의욕을 되살리는 첩경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다면 견해차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