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가 세상을 이끌고 있다.

단지 경제의 일부가 아니라 주류로 떠올라 생산.유통.소비 등 경제 전반의 물줄기를 선도하고 있다.

소비자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소비자"다.

이들은 정보에 밝고 가격과 편리함, 서비스 등 요구 수준도 높다.

시장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들로부터 사업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

디지털 소비자들이 경제구조와 기업의 사업패턴 모두를 뒤흔들고 있다.

인터넷 혁명으로 시장의 성질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은 종래와 달라져야 한다.

기존의 발상을 가지고는 대응조차 어렵다.

제품(Production) 가격(Price) 유통경로(Place) 판매촉진(Promotion) 등 공급자 중심의 4P 개념에 머물러서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필립 코틀러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는 종래의 4P를 구매자의 관점에서 4C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상품은 고객가치(Customer Value)로, 가격은 고객 비용(Cost to the Customer)으로, 유통경로는 편리성(Convenience)으로, 판촉은 의사소통(Communication)으로 묘사되는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경제가 사이버 주도로 바뀌면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점포가 필요없다.

은행일, 증권투자, 쇼핑을 한꺼번에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산업의 경계도 사라진다.

유통경로도 변한다.

중간상인은 물론 도소매업 대행업체 등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 지대는 극히 좁아지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다.

생산자를 제치고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가격정보를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공유하는 까닭이다.

종전의 가격책정 방식은 깡그리 무너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모든 기업의 활동은 고객 데이터로부터 출발한다.

고객에 대한 정보없이 공급자 마음대로의 마케팅 전략은 의미가 없다.

미래에는 고객중심,고객감동이란 개념 자체가 전면적으로 다시 규정될 것이다.

혼돈의 시대다.

혼란의 물결이 몰려온다.

그러나 정리된 모습은 있다.

디지털 사회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예상만은 틀림없다.

이같은 흐름에 대응해 시장을 창조할 수 있는 전략은 없는 것일까.

다사카 히로시 일본 다마대학 경영정보학부 교수는 여기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그는 시장을 일단 복잡계나 상품생태계로 보고 있다.

살아 움직이고 일정한 질서에 따라 순환하는 생물과 같은 존재라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그는 다수의 다른 업종과 협력해서 다음과 같은 전략들을 추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첫째,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생태계가 기능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판매 계획을 아무리 주도면밀하게 세워도 기대한 만큼 팔리지 않는 세상이다.

상품생태계가 스스로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PC가 생겨나면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주변기기 등이 패키지로 팔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같은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타 업종과 컨소시엄이 필요하다.

특정한 고객욕구에 대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보유한 여러 기업들을 하나로 묶어 패키지상품이나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고객에 대한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구매를 지원하라는 것이다.

자사의 상품을 파는데 급급하지 말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도록 도와주라는 뜻이다.

이를 뉴미들맨 전략이라고도 부른다.

올드 미들맨들은 도매업자나 대리점업자를 일컫는 말로 기본적으로 생산자 편에서 판매를 대리해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뉴 미들맨들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행위를 대리하는 사람들이다.

예식장의 예를 들자면 피로연 예약, 비디오 촬영, 청첩장 대행 등으로 고객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사람들이다.

셋째, 회사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다른 기업과 제휴하는 전략을 수립하란 뜻이다.

이런 전략은 복잡계 시장에서 변화에 능숙한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넷째, 시장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규칙을 변화시키라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사례를 아무리 본떠도 히트상품은 나오지 않는다.

시장이 급속도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의 규칙을 통째로 바꾸는 일을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목격하고 있다.

e베이의 경매 모델이나 프라이스라인의 역경매 서비스 모델은 재고를 순식간에 팔아치우고 있다.

종전의 시장규칙이 바뀌어버린 생생한 사례다.

그러나 단지 새로운 시스템이나 아이디어로 비즈니스를 구축했다 해서 시장의 규칙을 바꿀 수는 없다.

사업모델이 수많은 소비자와 기업의 지지를 받아야 비로소 가능하다.

다섯째, 시장의 동향을 예측하는게 아니라 시장을 고객과 함께 창조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프로슈머 전략이다.

복잡계 시장에서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고객의 욕구를 예측하는데 지나치게 힘을 낭비하지 말고 상품개발을 고객과 함께 진행함으로써 시장을 만들어내면 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들의 조언은 결국 "고객"이란 한마디로 요약된다.

디지털시대가 깊어질수록 시장(상품생태계)을 만들고 죽이는 힘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로 완전히 옮겨간다는 것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