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은 5백원, 노트는 1천원"

이처럼 모든 물건에는 가격이 있습니다.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간 노력의 대가라고 할 수 있지요.

물건 값은 5백원 1천원 10만원처럼 돈으로 표시됩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하나 해볼까요.

"돈의 값은 얼마입니까?"

참 이상한 질문 같지요.

1천원짜리 지폐 한장을 만드는데 70원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1천원짜리 지폐 한장의 값이 70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답은 "아니오" 입니다.

그렇다면 돈에는 값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값을 따지기 어려운 것일까요.

돈에도 물론 그 값이 있습니다.

다만 일반 물건처럼 값을 측정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지요.

이자(利子)란 말을 들어봤을 거에요.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바로 그 이자말입니다.

돈에 붙는 이자가 바로 돈의 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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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서는 ''남에게 돈을 꾸어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을 이자로 설명하고 있어요.

우리들은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습니다.

돈을 마구 쓰게 되면 항상 용돈이 부족하지만 아껴 쓰면 돈이 남을 때도 있습니다.

남은 돈은 주로 은행에 저축을 하지요.

돼지저금통에 넣지 않고 굳이 은행에 맡기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예금을 좀 더 깊이 생각하면 우리가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은행이 우리에게 돈을 꾸어 쓴 대가로 일정한 비율의 돈(이자)을 지급하는 셈이지요.

앞에서 말한 대로 이자는 돈을 빌려주거나 빌릴 때 내는 돈의 가격인 셈이지요.

이자를 좀 어려운 말로 하면 ''금리(金利)''라고 합니다.

글자 그대로 돈에 붙는 이자라는 뜻이지요.

외국의 한 경제학자는 금리를 "은행 또는 돈을 빌려쓰는 사람이 그 돈을 일정기간 사용한 대가로 빌려준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 가격"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렇다면 금리는 어떻게 표시될까요.

신문에서 ''금리 6%대로 하락''과 같은 종류의 기사를 봤을 겁니다.

이처럼 금리의 단위는 %(퍼센트)입니다.

연(年)자가 따라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리가 연 6%라면 1년 동안 돈을 빌려 쓰는데(주는데) 6%의 이자를 내야(받아야)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연 5%의 1년짜리 정기예금에 1백만원을 저축했다고 합시다.

1년 뒤엔 원금 1백만원에다 원금의 5%인 5만원(이자)을 더해 1백5만원을 받게 됩니다.

만약 이자가 연 10%라면 1년 뒤 찾는 돈은 1백10만원입니다.

금리가 높으면 돈을 맡기는 예금자들은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유리합니다.

반대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은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되지요.

금리는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 한파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웠던 지난 98년에는 금리가 연 20%까지 오른 적도 있었지요.

요즘에는 연 5∼6% 수준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금리가 이처럼 변하는 이유는 뭘까요.

금리 역시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돈에 대한 수요(빌리는 쪽)와 공급(빌려주는 쪽)에 의해 결정 됩니다.

다시 말해 돈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다들 돈을 빌려 쓰려고 하면 빌려주는 사람은 이자를 많이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또 빌려쓰는 사람도 많은 이자를 내고서라도 돈을 쓰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상태를 ''금리가 상승한다''라고 합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돈에 여유가 있어서 돈을 빌릴 생각을 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사람은 이자를 확 내려서라도 돈을 빌려주려고 할 것입니다.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죠.

그런데 돈의 수요는 주로 기업에 좌우됩니다.

가령 게임기 업체는 생산시설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공장을 더 지으려면 돈이 필요하지요.

기업들은 부족한 돈을 은행에서 빌리게 됩니다.

이처럼 기업의 자금 수요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금여유가 줄어들어 금리는 올라가게 됩니다.

물가도 금리에 영향을 줍니다.

물가가 금리보다 더 높게 오르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1백만원을 예금해 놓고 매년 받는 5만원으로 새 게임기를 산다고 합시다.

그런데 물가가 올라 게임기가 6만원이 되면 1만원이 부족하게 됩니다.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물가가 오른 만큼 금리도 올려줄 것을 요구하게 되지요.

금리는 국민의 저축성향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모두가 저축보다 소비를 많이 하면 금리가 오릅니다.

은행에 빌려줄 돈이 부족해지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사람들이 저축을 많이 하면 은행에 돈이 많아져 금리가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 전문선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 dbmkter@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