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68.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1 보다 6.6%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교역조건이 악화된 것은 수입단가는 4.1% 하락한데 비해 수출단가는 무려 10.4%나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49.3%) 정보통신기기(-25.6%) 철강제품(-8.6%)의 수출가격 하락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교역조건 악화는 신경제 중심의 세계적인 경기위축을 반영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난 수년간 지속돼 온 교역조건 악화추세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년간만 보더라도 교역조건은 매년 큰 폭으로 나빠져 95년을 기준으로 32%나 악화돼 있다.

95년에 비해 단위 수출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이 3분의1 가까이나 줄어 우리 국민들의 실질구매력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역조건의 지속적인 악화는 우리 수출이 질보다는 가격경쟁력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후발국의 추격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점에서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고도화가 해결책이라 하겠으나 이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교역조건 악화추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반영한 경제지표 개발로 정책의 현실감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경제지표는 현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8.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는 하나 교역조건 악화로 6%의 소득유출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고 보면 지표상의 성장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썰렁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 향상과는 무관한 실속없는 성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행이 이달부터 실질 국내총소득(GDI)지표를 국내총생산 지표와 함께 작성·발표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GDI는 국내총생산에다 교역조건의 변화에 따른 무역에서의 실질손익을 감안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실질구매력이나 체감경기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교역조건 악화방지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교역조건 악화를 반영한 현실감 있는 정책추진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