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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성태 칼럼] 오른쪽 깜빡이를 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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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들은 밖으로부터 종교 문화 또는 제도를 받아들일 때 너무 엄격하거나 과격한 형태로 한국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외국인이 있다.

    한국불교에서는 승려들에게 독신생활을 요구했다.

    신축적인 일본불교의 대처승 제도와는 대조가 된다는 것이다.

    조선왕조 때 유교가 자리잡게 되면서 공자도 놀랄만한 엄격한 규칙들이 세워졌다.

    남존여비나 허례허식 등의 부작용이 뒤따랐고 마침내는 왕이나 왕비가 죽었을 때 왕의 어머니가 몇 년이나 상복을 입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신하들이 격론을 벌이다가 집권층이 뒤바뀌는 일까지 벌어지곤 했다.

    기독교(신교)가 들어오면서는 신자들이 술과 담배를 끊어야만 했다.

    청교도의 후예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국사회에서도 이렇게 엄격한 룰은 없다.

    그런가 하면 사회주의 사상이 북한으로 들어가게 되자 가장 과격하고 독특한 형태로 탈바꿈했다는 것이 이 사람의 주장이다.

    만약 마르크스가 다시 살아나 북한을 찾는다면 우익(右翼)으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더라도 우리들의 과격성향(?)에 관해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우리가 당면한 현실의 경제 사회 문제를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반드시 의미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민정부 때 외환위기가 닥친 것은 과욕의 개방화 또는 세계화 때문이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으며 현 정부의 개혁정책,특히 기업개혁정책에도 현실을 무시한 이상과 욕심이 담겨져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진념 부총리가 지난 5월4일 조찬모임에서 ?외환위기 당시 만들어진 기업관련 각종 규제가 시장원리에 맞는지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큰 의미를 가진 발언이었다.

    그때를 전후해 재계에서는 출자총액 제한제도와 30대그룹 지정제도의 철폐 내지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공정거래위가 이를 일축함으로써 논란이 일게 됐다.

    문제는 재계와 정부의 공방에 여당과 야당까지 끼여들게 돼 이것이 정치적인 쟁점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유기업원장이 일련의 개혁정책에 대해 이념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시민단체들이 이에 반발하는 일이 벌어짐으로써 더욱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가 상대를 욕하고 극단적인 고집을 부린다는 것은 결코 생산적인 일이 못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에는 되레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차분한 자세로 기본적인 문제부터 되짚어 보는 것이 문제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정부가 IMF위기 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볼 것을 권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정부가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개혁의 피로감을 벌써 느껴서는 안된다며 IMF초심을 견지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제는 정부 차례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발전을 그 기본이념으로 삼았다.

    시장경제는 누가 어떻게 정의하든 정부가 규제나 간섭을 줄이고 시장이 대부분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도록 맡겨두는 체제를 말한다.

    정부로서는 자신만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시장이 그동안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달라진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확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사외이사 소액주주 시민단체들의 감시도 훨씬 강화됐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무모한 투자에 대해서는 주식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철퇴를 내리게 돼있다.

    지금은 정부가 다소 불안하더라도 재계의 의견을 수용해 규제를 풀고 시장의 작동을 믿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해묵은,그리고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시장경제의 발전을 정책의 기본으로 삼았다는 것은 오른쪽 깜빡이를 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회전을 해야지 좌회전을 하거나 직진을 한다면 혼란과 충돌사고를 야기할 따름인 것이다.

    < 본사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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