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변동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갖는 가장 큰 특징중 하나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경기변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계나 기업들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 소비나 투자를 더할 것인지 덜할 것인지 등 경제활동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그 판단 과정에서 이들이 느끼는 기대심리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경기흐름 변화의 저변에는 항상 가계와 기업들의 경제심리 변화가 깔려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계와 기업들의 심리상태를 알 필요가 있다.

더욱이 우리 나라는 외환위기 발생 이후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정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확대돼 있어 이들의 심리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경제상황을 이해하는데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태도지수(CSI)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가들의 심리를 측정하는데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표들이다.

이들 심리지수는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 소비.투자활동 등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작성된다.

지난해 3.4분기 이후 이들 심리지수가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갈 정도로 크게 악화되면서 경제가 급격히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심리지수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업인들의 심리지수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전경련이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이미 115.5를 기록해 향후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가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의 부진한 실물경제지표들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산업활동지표들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그 정도가 회복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극히 미약한데다, 4월중 수출이 전년동월에 비해 9.3%나 감소할 정도로 수출실적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등 실물경제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리지표들이 실물지표의 흐름과 괴리돼 이처럼 빨리 회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좋게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우선 원화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게 한 원인일 수 있다.

최근 달러화 표시 수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원화환율 상승을 감안한 원화 표시 수출은 오히려 크게 증가해 기업 입장에서의 체감 수출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물가상승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최근 공산품가격이 많이 상승하고 있어 이것이 기업들의 긍정적인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본다면 최근에 개선되고 있는 경제심리를 실물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믿는 데서 출발한 근본적인 심리 회복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기업가들의 심리 회복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투자활동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은 미래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냉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경제심리지표 개선을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권순우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ksw@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