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 보스턴컨설팅 서울사무소 이사 park.seong-joon@bcg.com >

일본의 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에도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중년시절 당대의 실력자 오다 노부나가의 명에 따라 장남을 할복시키고 노부나가에 이어 실권을 쥔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차남을 인질로 내어 준다.

두 형 대신 가문의 후계자가 된 삼남을 바라보는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마음이 남달랐던 것은 당연하다.

역사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는 그런 두 부자가 부하를 다루는 방법에 관해 나누는 인상적인 대화장면이 있다.

아버지는 삼남에게 대장이 부하들보다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를 아는지 묻는다.

아들이 시원한 답을 못하자 아버지는 대장이란 존경을 받는 듯 하지만 실은 부하들의 멸시와 미움의 대상이라고 훈계한다.

따라서 "부하를 녹봉으로 붙들려 해도 안되고 비위를 맞추어도 안된다.멀리하거나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안돼.또 화를 내게 해서도 안되고 방심케 해서도 안된다"고 가르친다.

이에 아들은 곤란해하며 그럼 어찌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아버지는 기다린 듯 답하기를 "부하를 반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안돼.다른 말로 하면 심복(心腹)이라는 것인데 심복은 사리를 초월한 데서 생기는 거야.감탄하게 하고 또 감탄하게 하여 좋아서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이른다.

그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부모가 자신이 성취한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고자 함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장자에 의한 왕위 계승을 원칙으로 한 조선왕조만 살펴봐도 상속이란 것이 결코 간단치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 어느 왕도 사연과 곡절없는 대(代)가 없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재벌들이 대물림의 과정을 거치며 흔들리는 것 역시 위대한 유산 상속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주축이 되기까지에는 탁월한 비전,냉철한 판단력,굽힐 줄 모르는 추진력을 보유한 창업주가 있었고 이들에게 탄복하고 반해버린 조직이 있었다.

이들 선대 경영인들이 남긴 자리에 들어간 후대 경영인들의 가장 큰 숙제도 역시 또 다른 꿈과 의지를 조직원들로부터 이끌어 내는 것,즉 마음으로부터 따르는 심복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