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수렴과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족한 ''국가혁신위원회''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혁신위 자문그룹 위원으로 추정되는 2백여명의 명단이 16일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한나라당은 "접촉대상자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대부분의 당사자들이 반발,논란이 일고 있다.

또 민주당이 대선 분위기의 조기과열을 조장한다며 혁신위 해체를 요구하는 등 대야 압박에 나서 정치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은 이날 "우리가 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국가혁신위는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제왕적 총재가 오만 불손하다.

떡줄 사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라며 이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전용학 대변인도 "주간지에 공개된 혁신위의 면면은 과거 2공화국 때부터 이 나라를 주름잡았던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며 "이 총재는 대권놀음을 그만두고 혁신위를 해체할 용의는 없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혁신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충청권의 한 초선의원은 "혁신위라는 이름아래 권위주의에 향수를 갖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제 ''유신특보위원회''라는 비아냥 거리는 소리도 들린다"고 꼬집었다.

또 이 총재가 보안을 이유로 지난 15일 있은 혁신위 자문위원 첫 만찬장소를 변경한 것은 공식기구로서 설립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편 주간 일요신문이 공개한 ''국가혁신위 인적구성안''에 따르면 전직 총리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대학교수,연구원,기업가,언론계,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망라돼 있다.

자문위원장으로는 남덕우 강영훈 노신영 노재봉 현승종 전 총리등이 대상인물이다.

분과위별로는 국가비전위와 정치발전위에 이경숙 숙대총장,권오기 동아일보 21세기 고문,김진현 문화일보 고문,이상우 서강대교수,송복 연세대교수 등이 포함됐다.

미래경쟁력 위원회는 벤처기업가인 이재웅 안철수씨 등이,문화예술위는 소설가 이문열씨와 영화감독 강제규씨,통일외교위원회는 공로명 한승주 전외교장관 등이 대상이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