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에 ''비대칭 규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세인에게는 생소한 표현인 ''비대칭규제''는 말 그대로 동등한 규제가 아닌 차별적 규제를 통신사업자에게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지배적인 사업자에게는 좀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며,이들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사업자에게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비대칭규제의 기본 내용이다.

망을 기본으로 하는 통신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지배적 사업자의 반경쟁적 행위를 규제하고,신규진입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비대칭규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분야 전문가들의 기왕의 견해였다.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위치로 부상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들과 다른 조무래기 경쟁사업자들을 같이 취급했단 말인가.

아니라면,왜 이들이 기존의 비대칭규제보다 더 심각한 비대칭규제를 받아야 하는가.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이 경쟁상대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독점적 위치를 장악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반경쟁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모든 기업은 갖기를 원한다.

반경쟁적인 행위가 미칠 사회적인 악영향을 고려해 많은 국가에서는 경쟁제한행위를 규율하는 규제법을 입안, 집행하고 있다.

명색이 시장경제를 한다는 한국도 당연히 경쟁제한적 행위를 규율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정치적인 이런 저런 이유로 각광 받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의 경쟁정책당국이 아니던가.

통신사업법에 이미 사업자간의 공정경쟁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들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무슨 비대칭 규제란 말인가 하고 반문할 수 있다.

이야기가 이쯤 되면,정통부가 들고 나오는 비대칭규제는 시장지배적인 사업자에게 보다 더 큰 부담을 지우는데 무게가 실린 경쟁촉진 정책은 아님을 간파할 수 있다.

지금 정통부가 끄집어 낸 비대칭규제는 신규 사업자에게 새로운 혜택을 주어 시장의 구도를 바꾸겠다는 산업정책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좀 더 직설법으로 이야기하면,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IMT-2000 동기식 사업허가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명분찾기라는 것이다.

즉 한국통신과 SK텔레콤에 맞설 수 있는 제3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산업정책의 논리를 비대칭규제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반드시 제3의 사업자를 키워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책당국은 현재의 통신사업 구도가 2강체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동통신 시장에서 한국통신은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을 거느리고 SK를 위협하고 있으며,모든 통신사업의 근간인 유선시내망을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통신사업의 구도는 1막강 1강체제라고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제3의 사업자가 등장하더라도 과연 통신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의 활력을 찾을지는 의문스럽다.

현재 통신사업 비효율성의 근원에는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실질적인 시내망 독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통신의 민영화는 벌써 수년째 논의만 무성하지, 실질적인 진척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사업자 수가 아니다.

지금 통신사업에 어느 정도의 중복투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과잉투자는 아니며,''과당경쟁''이라는 것은 경쟁을 하는 기업의 볼멘 소리이지,소비자와 경제 전체를 고민해야 하는 정책당국이 덜렁 수용해야 하는 진실은 더 더구나 아니다.

중복투자는 경쟁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이다.

사후적으로 발생 가능한 중복투자,경영부실에 대비해 인수·합병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퇴출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3강체제 구축보다 더 시급한 정책과제다.

정부가 미래에 발생할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예단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몇개의 기업이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다고 어떻게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byc@mm.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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