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지난 16일 엔화 약세로 위안화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은행은 이날 발표한 ''2001년 1·4분기 금융정책 시행보고서''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약세로 일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어 중국 상품이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올들어 공식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안정성을 우려하기는 처음이다.

이같은 지적은 중국 정부가 엔화 약세와 그에 따른 다른 동남아 통화가치들의 하락이 지속될 경우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 엔화는 달러당 1백23엔대에서 움직이면서 연초에 비해 10엔 가량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지난달에는 한때 달러당 1백27엔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이같은 엔저(低)로 한국 원화,태국 바트화 등 다른 동남아 통화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올들어 5~10%의 평가절하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현재 달러당 8.27위안에 고정돼 있다.

이 보고서는 또 미국 등 세계 경기 둔화로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남아시아의 수출경쟁국들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중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수출증가율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지난 1·4분기(1~3월) 수출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전년 동기(27.8%)의 절반이 채 안되는 13.2%로 둔화됐다.

이에 따라 1·4분기 무역흑자는 53억9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73억달러에 비해 약 20억달러 줄었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안정성에 대한 우려 표명으로 엔화 등 다른 동남아 통화가치의 약세 기조에 다소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국가들은 모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몰고올 파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는 연쇄적인 하락이 불가피해지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