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반도는 해안풍광이 일품이다.

들쭉날쭉한 1천3백리 바닷가에 이름도 정겨운 해수욕장이며 작은 포구들이 꽃레이스처럼 줄지어 있다.

손때가 묻지 않은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어울려 서해안 특유의 아름다움을 절창한다.

그 앞바다의 섬 여행은 또다른 맛을 선사한다.

해안 풍광으로 인해 낚싯꾼을 제외한 사람들의 관심권 밖에 놓여 있지만 그 어느 지역의 섬에 못지 않은 비경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안긴다.

안흥항에서 가까운 가의도가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36가구 90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6백여년전 중국의 가의라는 사람이 이 섬에 피신해 살았다고 해서 가의도라 했다고 한다.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가에 위치해 섬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는 설도 있다.

현재 가씨는 없고 가의를 수행했던 주씨 그리고 고씨, 김씨만이 13대째 살고 있다.

4백50살 먹은 은행나무가 한복판에 수호신처럼 서 있는 섬은 울창한 숲과 밭뙈기를 가득 덮은 마늘종의 푸르름으로 싱그럽다.

섬 동쪽의 독립문바위, 그리고 사자바위, 돛대바위 등이 볼만하다.

한여름이면 마을 건너 해수욕장을 찾아 사람들이 몰리지만 역시 한가함을 즐기기에 알맞다.

가의도내연발전소에 근무하는 고은갑씨는 "갯가에서 미역이나 조개를 따보며 일상을 잊고 며칠 푹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가의도 아래쪽에 무인도인 정족도가 있다.

솥발 같은 세개의 작은 섬으로 되어 있다.

이즈음이면 물개처럼 생긴 상광어(돌고래 종류)가 떼지어 다니는 것을 볼수 있다고 한다.

가마우지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섬으로도 알려져 있다.

서쪽으로 뱃길을 재촉하면 옹도를 만난다.

항아리를 엎어놓은 모습이라고 하는데 마치 물 밖으로 등과 꼬리를 내밀고 헤엄치는 고래를 연상시킨다.

섬 꼭대기의 하얀 유인등대가 특히 멋있다.

유람선관광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더 서쪽으로 궁시도와 란도가 있다.

궁시도는 활과 시위에 걸린 화살 같은 모습의 섬.

동쪽면의 백사장, 서북면의 기암절벽이 대조적인 멋을 선사한다.

란도(알섬)는 천연기념물 334호.

높이 1백여m의 바위섬으로 괭이갈매기들의 보금자리다.

알을 품고 있는 수천수만 마리의 괭이갈매기 때문에 섬 전체가 희끗희끗해 보인다.

이곳의 괭이갈매기는 겁도 없어 사람이 섬에 오르면(입도금지되어 있다) 무차별 공격을 한다고 한다.

병풍을 두른 듯 넓게 펼쳐진 바위섬 병풍도를 지나면 격렬비열도.

안흥항에서 3시간 거리의 국토 최서단을 지키는 섬이다.

중국 산동반도까지 2백74km 밖에 안된다.

서.북.동 세개의 섬이 새가 열을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

등대가 있는 북격렬비열도가 특히 인상적이다.

육중하면서도 가볍게 보인다.

검붉은 바위절벽 위를 뒤덮은 키작은 풀과 샛노란 유채꽃 때문인 것 같다.

동격렬비열도는 또다른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거대한 해식동굴 속의 어둠 뒤로 드러나는 햇살 가득한 바위절벽.

"해금강"이 거기 있다.

태안=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