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통틀어 인간이 만든 부가가치 높은 제품 다섯가지는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항공기다. 한국은 자동차로 세계 4~5위, 반도체로 세계 1~2위, 조선과 철강으로 각각 세계 1위, 2위이다. G7중에도 이만한 산업을 가진 나라가 드물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의 조찬간담회에서 한국이 이미 선진국인데도 스스로 중진국으로 생각하고 대충대충 현실과 타협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한국산업의 위상을 설명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시가총액 세계 5백대 기업에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4개 기업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해당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상위권 경쟁력을 갖춰 국제무대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두각이 눈에 띄는 것은 외환위기이후 많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꾸준히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0년째 세계 반도체 시장을 독주하고 있다.

지난 90년대초 64메가D램을 세계 처음 개발한 이후 2백56메가, 1기가, 4기가D램 등 4세대 연속 세계 최초 개발 기록을 갖고 있다.

포항제철은 수익력이 철강업계 세계 최고다.

지난해 순이익 1조6천3백70억원은 일본 5개 고로사의 당기순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7배나 많다.

세계적 투자분석기관인 모건스탠리는 세계 철강업계의 생존가능연수로 일본의 신일철을 10년으로 계산한 반면 포철은 15년으로 5년 더 길게 잡았다.

90년대 초반 미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자동차는 요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인 JD파워 어소시에이트는 지난 4월 최우수품질개선상인 회장상을 현대자동차에 수여했다.

자동차 전문잡지인 오토퍼시픽지는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대의 산타페가 스포츠용 다목적차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회사들의 경쟁력도 독보적이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크게 오른 뒤 유럽 조선소들은 한국업체들과 가격경쟁이 안돼 대형 선박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이들 우량 기업은 수출로 달러를 벌어 오는 것은 물론 국내 관련 업계를 선도하며 시장을 창출해 내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국내 다른 업체들에 비해 품질관리를 잘하고 고객중심의 경영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현장 근로자들 스스로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갖가지 제안을 하는 분위기가 경쟁력의 큰 원천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삼성의 D램 경쟁력은 생산기술에서 나옵니다. 설계 기술은 미국회사들과 비슷하지만 신제품 개발 후 다른 회사보다 수율(설계된 칩중에서 품질 합격품이 생산되는 비율)을 빨리 올리지요"(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관계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은 취임후 기아자동차를 방문한 자리에서 불량 차량 문짝을 직접 폐기 처분할 정도로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도 이들 회사의 특징이다.

포항제철은 철강 외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스틸엔닷컴(Steel-n.com)과 앤투비닷컴(eNtoB.com)을 출범시켜 철강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앞서 가고 있다.

물론 국내 우량 기업들이 극복해야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GE나 IBM 등 초일류기업들은 자재의 구매 판매는 물론 인사등 관리업무도 웹을 기반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 핵심사업 이외에는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투자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IT 환경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자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