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국내 은행들이 파생금융상품을 외국계로부터 (도매로) 사서 (소매로) 팔고 있는 방식은 단순한 중개거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품에 대한 노하우는 쌓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외국은행을 대신해 책임만 떠안아야 한다.

지난 1998년 SK증권과 JP모건이 동남아 통화를 대상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에서 발생한 막대한 손실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을 때 두 회사 사이에서 보증을 섰던 국내 금융기관들이 어려움을 겪었던게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외국계가 링 펜스 조항 등을 요구하는데 대해 이를 외국은행들의 "횡포"라고만 몰아붙이는 것은 본격적인 글로벌 이코노미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998년 당시 JP모건측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세종의 강신섭 변호사는 "외국은행들이 링 펜스 조항 등을 내세우는 것은 그들 스스로 위험관리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며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이같은 전략을 오히려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기본적으로 제로섬(zero-sum) 게임"이라며 "상대방이 내세우는 조건을 정확하게 파악,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