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수영복패션도 유행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구치 루이비통 등 유명 패션업체들은 비키니 형태의 핫팬츠와 브래지어톱으로 구성된 의상을 선보였는가 하면 아래위가 연결된 원피스수영복에 벨트를 매 외출복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수영복전문회사가 아닌 일반 의류업체들이 수영복을 내놓는 등 수영복패션 붐이 일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수영복은 해변에서 벗어나 거리까지 진출하게 됐지만 그 역사는 1백년도 채 되지 않는다.

19세기 후반까지 서양의 해안에서 입던 옷은 수영복이 아닌 수욕복(水浴服.bathing suit)이었다.

1830∼1850년대의 삽화를 보면 여성들이 넉넉하고 긴소매에 치마폭이 넓은 수욕복을 입고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 물위에서 노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수욕복은 풍성한 치마폭이 물위에 떠올라 물안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뭍으로 나와도 신체의 윤곽을 감출 수 있는 꽤 편리한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이보다 조금 앞선 18세기 후반만 해도 여성이 타인의 눈앞에서 바다에 직접 몸을 담그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배싱 머신(bathing machine.커다란 우산이 달린 텐트형태의 차)이라는 발명품이 고안되기도 했다.

현대적인 수영복이 등장한 것은 1920년대에 이르러서다.

디자이너들에 의해 목면 대신 신축성있는 저지 소재로 만든 무릎길이의 옷이 ''스위밍웨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수영복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1930년대에는 팬츠길이가 좀더 짧아지고 등이 깊게 파진 수영복이 유행했다.

할리우드 여배우가 수영복 차림의 포즈로 사진에 담겨지고 미인콘테스트에 수영복이 부속물이 된 것도 이 시기부터다.

비키니는 50년대 중반에 첫 선을 보였다.

프랑스 영화 ''여자는 한번 승부한다''의 여주인공이 비키니차림으로 등장, 당시 유럽전역에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수영복 탄생 1백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수영복은 다시 한번 ''진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상상조차 어렵지만 21세기 중반쯤에는 수영복을 입고 출근하는 것이 유행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