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민단체가 사외이사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투표제 도입과 같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내세우는게 있다.

바로 글로벌 스벌 스탠더드(국제적 기준)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는 것.

이 말은 세계경제 패권을 쥔 미국식 제도를 벤치마킹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추진했거나 도입하려고 하는 각종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 주요대학의 MBA(경영학 석사) 과정용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 한토막.

미국 최대의 제조업체인 GE(제너럴 일렉트릭)의 몇몇 소액주주들은 10여년 전 이사회를 상대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자신들이 미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뽑기 위한 의도였다.

GE는 즉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심의 결과 "회사가 잘 굴러가는데 다수결 원칙에 어긋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대에 부딪쳐 소액주주안은 부결됐다.

소액주주의 ''흩어진 표''를 집중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제도화된 집중투표제의 발원지는 미국이다.

1870년 일리노이주가 개헌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강행규정으로 택한 게 시초다.

집중투표제 도입열풍을 타고 1945년 미국의 37개주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수가 적은 애리조나 등 6개주에서만 강제규정으로 남아 있다.

이사회의 ''편갈이''를 낳고 회사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20여개국중 이를 강제 규정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국뿐이다.

집중투표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법률로 강제하기보다 개별 회사의 판단에 맡기는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98년말 선택규정으로 도입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자는 상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기업지배구조 등 기업정책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게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