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쟁국들의 산업정책을 지속적으로 비난해 온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정책은 미국에도 분명히 있다.

신산업이 강조되고 산업혁신이 중요시되면서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이 기술로 옮겨가는 추세에서 미국도 결코 예외가 아닌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공격적인 연구개발 정책을 통해 신산업의 창출기반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는 점만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세계 최대의 외국인 투자 대상국일 정도로 개방을 강조하면서 혹시라도 이들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확실히 갖추고 있는데서도 잘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우선 주목할 것은 경제스파이법이다.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률과 함께 기술유출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다른 장치다.

몇년 전 대만 기업인에 첫 적용된 이래 최근에는 바이오 분야에서 일본 연구자들이 경제스파이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 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기업간 유대관계가 깊다고 미국이 인식하는 국가들의 기업들은 일단 요주의 대상이다.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회도 중요하다.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을 경쟁정책 관점에서만 검토하는 게 아니다.

최근 네덜란드의 한 회사가 미국 실리콘밸리그룹(SVG)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듯 기술유출 가능성은 중요한 검토사항이다.

인수합병되는 미국기업의 기술에 미국의 정부예산이 조금이라도 투자됐거나 안보상의 고려사항이 있다면 이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제조나 생산도 미국 내에서 해야 한다는 부대적 조건이 첨부되기 십상이다.

연구개발의 개방성도 마찬가지다.

이미 미국 전체 연구개발투자에서 무시못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에 대해 미국은 국가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개방한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자원은 활용하되 연구성과를 활용한 제조 및 생산활동은 미국 내에서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국가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이 보유특허를 기업에 라이선싱할 때도 제조활동은 미국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투자자유와 시장개방을 역설하는 미국이 어떻게든 성장원천을 자국 내에 붙잡아 두려 하고 외국인 투자가 미국경제에 선순환이 되도록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대외무역이 중요하고 해외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외국인 투자는 보다 많은 이유에서 강조되고 있지만 필수적인 여과장치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