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제학에서 ''완전한 경쟁''의 개념에 대해 배운다.

또 ''가격''은 한계 비용에 의해 책정되며,이것이 소비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학습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같은 가격이론을 배우자 마자,이 이론이 실제생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된다.

그뒤 우리는 ''가격 차별화가 없는 시장''은 생산자들의 불법·반사회적 행동이며,가격담합의 결과인 것을 인식하게 된다.

생산자들의 불법적인 담합은 판매자를 이롭게 하는 ''이익의 불평등''을 낳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다.

''반세계화''시위자들은 WTO(세계무역기구)와 같은 국제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다국적 기업이라고 부르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윤이 결국 소비자들의 이익과 상반된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다.

그런데도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은 주문을 외우듯 ''소비자 주권''을 표방한다.

기본적으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준다.

왜냐하면 경쟁은 기업들에 경쟁사보다 앞서기 위해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우리는 한국에서 지난 몇십년 동안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기업들을 보아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업성공은 실질적인 재정 수익보다는 단순히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대우의 부도나 현대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과다한 가격 인하가 가져온 판매경쟁의 결과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격인하가 결과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이로운 것이었을까.

가격에 대한 압력은 기업의 이윤을 감소시키고 결국 자본 잠식을 초래하기도 한다.

자본은 재정운용과 조사,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뿐만 아니라 기업의 어려운 시기를 대비한 위기관리 자금으로도 쓰여진다.

따라서 위기관리 자금의 부재는 대기업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과다한 가격경쟁은 기업들의 자살경쟁이 될 수도 있다.

또 설사 기업이 과도한 가격경쟁에서 살아 남았다 하더라도 생존기업 역시 과다출혈로 인해 결국에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될 것이다.

경쟁에는 ''올바른 경쟁''과 ''그릇된 경쟁''이 있다.

그렇다면 경쟁은 어떻게 해야 바람직할까.

기업들은 몰락을 가져오는 소모적인 전투를 해야 할까.

아니면 서로에게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야 할까.

테크놀로지의 예를 들어보자.각 기업들의 독자적인 기술 개발 투자는 돈이 많이 들고 때로는 기업의 재정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도 있으며,이로 인해 기업들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결국에는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도 있다.

반면에 여러 회사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발한 기술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이는 특정사의 제품이 자신의 회사 제품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을 상대로 한 미국 법무부의 주장이기도 하다.

광고는 건전한 경쟁의 한 형태로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광고상품을 사용함으로써 그 브랜드에 대해 친밀감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광고는 광고하고자 하는 상품의 진실만을 다뤄야 한다.

''그릇된'' 경쟁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기업을 뜻한다.

경쟁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근거없는 불평이나 거짓말 또는 루머를 유포하는 것은 전형적인 ''그릇된'' 경쟁의 예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대기업들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널리 인식되면,모든 것을 빨리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이는 한국인이 가진 강점 중 하나다.

요즘 기업들은 경쟁사의 제품 구매 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적 협력을 하고 있다.

''적의 적은 반드시 친구''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이제는 주주들이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으며,기업은 장차 주주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경쟁은 시장의 규칙을 따라야 하며,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필자 약력=

△영국 옥스퍼드대 현대사
△미국 캔자스대 경제학 석사
△한국외국인은행협회 회장 역임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