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가라오케에서 싼페이샤오제(三配小姐: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며 술시중을 드는 여자)로 일하며 용돈을 벌고 낮에는 톈진(天津)대에서 공부를 하는 중국인 쑹옌(가명 宋燕·24)씨.

그녀는 한국 남자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호의를 베풀어 와도 이면에 다른 뜻이 숨겨진게 아닌지 일단 의심부터 한다.

당연히 한국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다.

겉과 속이 다른 나라,돈으로 모든 욕구를 해결하는 졸부의 나라 정도로 생각한다.

그녀는 "한국 남자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향 산둥성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중국어를 가르칠 때 한국 남자를 처음 만났다.

당시 중국어 수강생이던 한 한국남자와 만나 깊숙이 사귀었다.

하지만 어느날부턴가 연락이 끊겨 수소문해보니 이미 다른 여자와 같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일이 있은 뒤 고향을 떠나 톈진으로 이주했다.

월급도 많고 대우도 좋다기에 한국회사의 사무직 사원으로 들어갔다.

월급은 기대했던 만큼 나왔으나 미추를 가리지 않고 추근거리는 한국인 남자직원들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또 한번 구겨졌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주민증도 못받는 사생아들만 남기고 떠나버려요. 한국사람들 그렇게 무책임합니까"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여행가이드를 하고 있는 조선족 최국범(26)씨.

"중국에 나와 있는 한국인 주재원중 70%가 현지처를 두고 생활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중국 조선족들 사이에서 한국인에 대한 평판이 좋을리 없죠.물론 과장된 얘기일 수 있고 쉽게 돈을 벌려고 접근하는 중국및 조선족 여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은 무엇보다도 관시(關係)를 중요시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한번 신뢰를 잃거나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면 회복하는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은 중국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으나 훗날 호되게 당할 수 있다"는 최씨의 말을 중국 현지 주재원이나 관광객들은 새겨들어야 할 것같다.

톈진=정지영 산업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