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는 많게는 2억원이라는 돈과 2년의 시간을 들이는 투자다.

직장인으로선 일생일대의 모험인 셈이다.

2억원은 요즘처럼 "MBA 인플레" 소리까지 나오는 현실에선 자칫 회수 기간이 기약없이 길어질지도 모른다.

2년이란 세월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2년간 받지 못하는 연봉이 기회비용으로 날아가고 직장인생의 10분의 1이 "일 하기 위한 준비"에 소모된다.

모험 투자인 탓에 MBA 공부를 하겠다면 주위에 말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가족들부터 상사 동료 후배들까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을 쉽게 설득할 만한 명명백백한 이유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 MBA는 고려하지 않는게 낫다.

그건 스스로도 왜 MBA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BA 지원의 첫 관문은 바로 이런 모험투자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라고 하겠다.

스스로는 물론 남에게도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할 수 있을 때라야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

혹자는 TOEFL과 GMAT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에세이(essay)나 잘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언컨대 "왜 지금 MBA를 하려는가"가 분명하지 않으면 지원 과정은 물론 비즈니스 스쿨에 다니면서도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원 과정을 예로 들면 지원 서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에세이가 써지지 않는다.

"당신에게 왜 지금 MBA가 필요한가" "왜 하필 우리 학교인가" "졸업 직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장기 직업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일관성 없는 답변을 하게 되거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특색 없는 내용을 채우기가 십상이다.

설사 다른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입학을 했다고 해도 목표가 분명치 않은 만큼 방황할 가능성이 높다.

열 개가 넘는 전공이 있으니 이곳 저곳 기웃거리게 돼있고 유행을 타는 과목만 쫓아다닐 수도 있다.

이건 학부제의 대학 단계에서나 어울리는 일이다.

막상 졸업할 때쯤 되면 별로 필요 없는 것을 쓸데없이 많이 배운 경우도 생기고 정작 꼭 들어야할 과목을 놓친 경우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왕 모험투자를 할 바에야 처음부터 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 두 달을 들여서라도 뚜렷한 중장기 직업 계획(Career plan)을 먼저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궁극적인 직업 목표를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건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일 수도 있고 한국 최고의 벤처캐피털리스트도 좋다.

톰 피터스 같은 경영 컨설팅의 구루(guru), 월스트리트를 흔드는 투자은행가 등 국제적인 꿈도 나쁘지 않다.

M&A(기업인수 및 합병) 전문가가 되는 것, 회계법인의 파트너가 되는 것은 또 어떤가.

지원 원서에 적기 위해 그럴 듯한 것을 억지로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

자기가 정말 되고 싶은 것, 그리고 현재까지의 경력과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볼 때 열심히 노력하면 성취 가능할지도 모를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 사이의 실행 계획(action plan)들은 5년 내지 10년 정도의 단위로 역산해 볼 수 있다.

반드시 거쳐야 할 자리, 갖춰야 할 자격 요건 등을 열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 MBA 과정을 대입해 보라.

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MBA는 정말 필요한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필요하다면 MBA를 통해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가.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결론이 내려지면 이제 MBA 지원 준비는 절반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달은 족히 걸릴 고독한 작업이다.

그러나 이 작업은 많은 사람들이 "MBA는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되는 중요한 경험이다.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에겐 MBA가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 재학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