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무지개 속의 유학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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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소왕국 부탄의 국가목표는 ''GNP(국민총생산)성장''이 아닌 ''GNH(국민총행복)증진''이다.
이들에겐 세계화 인터넷 나스닥보다는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이로부터 녹아 흘러내리는 생명의 물, 무공해 산소, 따뜻한 이웃, 그리고 종교적 신앙심이 더 중요한 행복의 근원인지 모른다.
''많은 관광객=GNP 성장''이라는 것쯤은 이들도 잘 안다.
하지만 부탄인들은 GNP를 늘려주는 관광객이 오히려 부탄인들의 행복(GNH)을 반감시키는 요인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GNP와 GNH를 동시에 늘릴 수 있는 ''최적의 관광객 수''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부탄왕국 지도자들이 풀어야 할 국가적 수학숙제다.
부탄왕국의 피안(彼岸)에 미국이라는 정반대 성격의 나라가 있다.
힙합, 혀뚫어 구슬박기, 물들인 머리, 랩과 그 율동 등 나이든 사람들로서는 소화해내기 힘든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정복하고 싶어하는 바로 그 영어를 쓸 뿐 아니라 남다른 근면성, 책임감, 잘 짜여진 조직과 이웃에 대한 배려, 높은 수준의 도덕관념, 준법정신 등 볼거리와 배울 거리가 가득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동화같은 이 두 나라 중간에 바로 우리 한국과 한국인이 서 있다.
이 둘 중 어느 나라를 택하겠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일지 모른다.
우리가 지향하는 현대문명생활의 관성은 우리생활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고 또 미국쪽으로 기우는 일방적 행렬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황폐화는 미국유학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문 사립고교가 밀집되어 있는 보스턴 등 동북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곳 워싱턴지역에도 기숙사 생활이 가능한 고등학교(boarding school)를 찾는 한국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폭증하고 있다.
워싱턴지역의 이름난 사립고교들은 올해 평소의 5배 내지 8배에 이르는 한국학생들의 입학신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E 고교의 경우 성적 등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67명의 한국학생이 응시했으나 단 2명에게만 입학을 허가했다는 게 학교당국의 설명이다.
온갖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려는 한국부모들은 "내 아이를 지옥같은 한국에 방치하고 싶지 않다"는 공통된 이유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의문은 "지옥탈출만이 능사일까"하는 점이다.
지옥탈출 이후에 이어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상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AOL GE 마이크로 소프트같은 기업을 일굴 ''미래의 한국계 미국인''을 연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세탁소 채소가게 식당경영 등 현실적이고도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미국의 기본을 파고드는 ''기반 닦는 한국인''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캥거루 자식이라도 좋다.
하버드 스탠퍼드 시카고 졸업장만 이마에 붙이고 와라.나머지는 이 부모가 다 해결한다"는 식일까.
자식의 궁극적 행복보다 부모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유학이라면 그것은 비뚤어진 교육일 뿐이다.
미국졸업장이 다른 한국인들 위에 군림하고 잘난 체 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된다면 그런 교육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GNP=GNH''가 반드시 성립하는 등식이 아닌 것처럼 ''Ivy 졸업장=행복''이라는 등식 또한 반드시 진(眞)이라고 할 수 없다.
어쩌면 미국유학이라는 길은 가족 친지 이웃과의 정겨운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이키기 힘든 외로운 인생여정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길고 짧은 것은 정말 대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실체가 무지개일지도 모를 유학열풍에 편승, 자생력없는 자루속의 캥거루를 양산한 부모들이 목도해야 할 현실은 GNH와 GNP 모두를 잃게 되는 상황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
이들에겐 세계화 인터넷 나스닥보다는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이로부터 녹아 흘러내리는 생명의 물, 무공해 산소, 따뜻한 이웃, 그리고 종교적 신앙심이 더 중요한 행복의 근원인지 모른다.
''많은 관광객=GNP 성장''이라는 것쯤은 이들도 잘 안다.
하지만 부탄인들은 GNP를 늘려주는 관광객이 오히려 부탄인들의 행복(GNH)을 반감시키는 요인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GNP와 GNH를 동시에 늘릴 수 있는 ''최적의 관광객 수''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부탄왕국 지도자들이 풀어야 할 국가적 수학숙제다.
부탄왕국의 피안(彼岸)에 미국이라는 정반대 성격의 나라가 있다.
힙합, 혀뚫어 구슬박기, 물들인 머리, 랩과 그 율동 등 나이든 사람들로서는 소화해내기 힘든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정복하고 싶어하는 바로 그 영어를 쓸 뿐 아니라 남다른 근면성, 책임감, 잘 짜여진 조직과 이웃에 대한 배려, 높은 수준의 도덕관념, 준법정신 등 볼거리와 배울 거리가 가득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동화같은 이 두 나라 중간에 바로 우리 한국과 한국인이 서 있다.
이 둘 중 어느 나라를 택하겠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일지 모른다.
우리가 지향하는 현대문명생활의 관성은 우리생활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고 또 미국쪽으로 기우는 일방적 행렬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황폐화는 미국유학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문 사립고교가 밀집되어 있는 보스턴 등 동북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곳 워싱턴지역에도 기숙사 생활이 가능한 고등학교(boarding school)를 찾는 한국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폭증하고 있다.
워싱턴지역의 이름난 사립고교들은 올해 평소의 5배 내지 8배에 이르는 한국학생들의 입학신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E 고교의 경우 성적 등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67명의 한국학생이 응시했으나 단 2명에게만 입학을 허가했다는 게 학교당국의 설명이다.
온갖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려는 한국부모들은 "내 아이를 지옥같은 한국에 방치하고 싶지 않다"는 공통된 이유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의문은 "지옥탈출만이 능사일까"하는 점이다.
지옥탈출 이후에 이어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상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AOL GE 마이크로 소프트같은 기업을 일굴 ''미래의 한국계 미국인''을 연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세탁소 채소가게 식당경영 등 현실적이고도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미국의 기본을 파고드는 ''기반 닦는 한국인''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캥거루 자식이라도 좋다.
하버드 스탠퍼드 시카고 졸업장만 이마에 붙이고 와라.나머지는 이 부모가 다 해결한다"는 식일까.
자식의 궁극적 행복보다 부모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유학이라면 그것은 비뚤어진 교육일 뿐이다.
미국졸업장이 다른 한국인들 위에 군림하고 잘난 체 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된다면 그런 교육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GNP=GNH''가 반드시 성립하는 등식이 아닌 것처럼 ''Ivy 졸업장=행복''이라는 등식 또한 반드시 진(眞)이라고 할 수 없다.
어쩌면 미국유학이라는 길은 가족 친지 이웃과의 정겨운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이키기 힘든 외로운 인생여정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길고 짧은 것은 정말 대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실체가 무지개일지도 모를 유학열풍에 편승, 자생력없는 자루속의 캥거루를 양산한 부모들이 목도해야 할 현실은 GNH와 GNP 모두를 잃게 되는 상황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