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열흘이 고비입니다.

그때까지도 비가 오지 않으면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출 납기를 맞추기 위해 할 수 없이 비싼 급수차를 대고 있는데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갈 지경입니다.

하지만 워낙 채산성이 맞지 않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경기 북부지방에 닥친 90년래 최악의 물 기근이 이 지역 공장들을 ''가동중단 임박''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

특히 염색과 피혁업체 등 총 41개 공장이 입주해 있는 동두천의 경우 지난 7일부터 공업용수공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공장마다 물 확보 비상이 걸렸다.

그전까지만 해도 하루 7천t의 공업용수를 광역상수도에서 받아 왔지만 이 물이 전부 생활용수로 돌려졌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소방차와 군용 급수차들이 부산히 움직이고는 있으나 오히려 갈증만 더할 뿐이라는게 공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공단 전체가 필요로 하는 용수량은 하루 2만t.

하지만 시가 공급하는 용수는 10t차량으로 하루 40대에 지나지 않는다.

궁리끝에 공장별로 지하수를 파보기도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그래서 몇몇업체는 공장을 아예 세워버렸다.

공단내 염색조합 관계자는 21일 "현재 상황이 심각한 업체의 조업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물부족으로 인한 피해액은 염색과 피혁업체를 합쳐 1억5천여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현황=가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염색업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업종 성격상 하루 평균 1천∼1천8백t의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시에서 갑자기 단수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A염색업체 관계자는 "지난 7일 물이 나오지 않아 시에 확인한 결과 시민들의 식수도 달리는 상황이라 공업용수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물이 나오지 않자 염색업체들은 부랴부랴 급수차를 구했다.

그러나 민간급수차를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공업용수는 t당 8백원이지만 급수차는 t당 6천원 가량 들어간다.

이 정도로 비싼 물값을 지불하고는 채산성이 맞지 않지만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수출 납기일을 지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물을 사서 쓰는 실정이다.

◇급한대로 지하수라도 판다=시 규정대로라면 공장들은 지하수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물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공장들은 궁여지책으로 지하수를 파기 시작했고 피혁조합같은 경우는 아예 지하수를 파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해버렸다.

피혁조합 관계자는 "시에서도 이제는 지하수 사용을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른바 ''수맥 전문가''들이 나타나 이곳저곳에서 추를 기울여 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S염색업체 관계자는 "물을 찾기 위해 공장 주변 30여군데를 파봤지만 물 한방울 발견하지 못했다"며 "요즘 같아서는 물 찾기가 기름 찾기보다 힘든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동두천=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

---------------------------------------------------------------

[ 대액은 없나 ]

시는 공단내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해 보고 있지만 사실 뾰족한 수는 없다고 말한다.

동두천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동두천 지역에 물을 공급해주는 연천취수장의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 단수조치는 불가피하다"며 "지난 18일부터 팔당댐의 물을 하루 1만t씩 끌어다 쓰고 있으나 일반용수를 대기에도 벅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염색업체 관계자는 "언제까지 하늘만 쳐다봐야 하느냐"며 "팔당댐에서 끌어오는 물 공급량을 3만∼4만t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취수관 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도(道)차원에서 검토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