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21일로 예정된 국민건강보험 특감관련 감사위원회 회의를 수일 연기한다는 내용의 팩스를 일요일인 지난 20일 각 언론사에 긴급히 보냈다.

19일에 이미 건강보험 특감 관련 자료들이 감사위원들에게 통보된 상황이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심의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연기 배경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같은 성급한 연기 과정을 살펴보면 ''졸속심의''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지만 복지부의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에 대한 건강보험 특감 결과가 새어 나오고 나서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감사원 관련 부서 간부들의 전화는 거의 마비될 정도였다.

그러나 간부들은 한결같이"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강경방침을 시사했다.

18일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특감 결과가 연이어 터지자 감사원 간부들은 부랴부랴 비상회의를 열었고 공보관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공보관은 "21일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기로 했다"면서 "회의 결과를 복지부에 통고한 뒤 곧바로 언론에 발표할 것"이라고 ''속전속결''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 특감에 대해 보건복지부에서 "정책에 영향을 미쳤던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다 빠져 나가고 우리만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강하게 반발하자 감사원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복지부 간부 7,8명에 대해 징계하기로 했다는 내용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21일엔 실제로 간부들의 징계는 4명 선으로 줄어들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왔다.

또 의약분업 부작용 축소·은폐보고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을 뺐다.

차흥봉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법처리 여부와 정책결정 문제를 실무진에게 책임을 묻는데 대해 감사원 내부의 이견도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감사원은 일요일인 20일 아침 감사위원회 회의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결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감사 결과에 대한 내부적인 결론도 내려놓지 않고 감사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도 문제지만 복지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다시 연기키로 한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감사원이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불가피 할 것 같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