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벤처기업가 김은영(36) 지오마케팅 대표는 "딱정벌레"처럼 앙증맞은 사업을 하고 있다.

어린 아이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입체 그림지도를 제작하는 회사다.

경영 방식도 아기자기한 "소꿉놀이"에 가깝다.

김 대표는 1997년 지오마케팅은 설립했다.

학교와 슈퍼마켓이 그려져 있는 동네지도에서 서울시 지도에 이르기까지 각종 "예쁜 지도"를 만들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수채화같은 지도의 이름을 비틀맵(beetlemap)으로 지었다.

소녀때부터 좋아했던 곤충인 딱정벌레(비틀)를 마케팅 테마로 정한 것이다.

테마에 맞춰 김 대표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명품인 "비틀"을 타고 다닌다.

1976년식 노란색 비틀을 운전하면서 바이어도 만나고 거래처도 방문한다.

그는 "호텔 도어맨들도 노란색 비틀이 나타나면 서로 주차시켜 주겠다고 뛰어 나온다"며 비틀 마케팅을 자랑했다.

김 대표의 비틀이 서 있는 곳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인다.

비틀 차문에 새겨진 회사 제품 로고가 자동적으로 선전된다.

첫 대면하는 고객과도 비틀 얘기로 인해 몇 분안에 쉽게 친해진다.

그는 오는 27일 일본에 건너간다.

일본 후쿠오카의 하네카항 터미널에 세운 부산전시관에서 비틀맵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비행기의 편리함을 거부하고 "비틀호"를 선택했다.

비틀호는 부산과 후쿠오카의 바닷길을 연결하는 쾌속선의 이름이다.

일본어 표시 비틀맵으로 앞세워 수출 길을 뚫을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졸업후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직장생활을 하다 하이네켄 맥주의 영업이사를 끝으로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자기 사업(비틀맵)을 시작했다.

하이네켄 맥주에서는 평직원으로 출발해 3년만에 영업이사 자리를 차지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김 대표는 사업 아이템으로 지도에 눈길을 돌리게 된 것은 그의 방랑벽 때문이었다.

틈만 나면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름 내내 배낭하나와 지도만 손에 쥐고 혼자서 유럽을 떠돌아 다닌 적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지도와 가깝게 지냈다.

"유럽 배낭여행 때 맥도날드가 자신들의 점포를 표시한 예쁜 그림 지도를 접하게 됐는데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때 지도중에서도 입체 그림 지도로 돈도 벌고 세상도 좀더 아름답게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다고.

이에따라 김 대표는 굳이 바로 이익이 되지 않는 일도 자주 벌린다.

지도가 만들어지면 그 지역의 초등학교 한곳을 골라 3,4학년 전원에게 비틀맵을 선물한다.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고 훌륭한 학습교재로 쓰이고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 비틀맵을 제작중이다.

"인천국제공항이 너무 넓기 때문에 비틀맵이 있으면 여행객들에게 편리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느릿느릿한 "관계자"들과 상의해 봤자 세월만 갈 것 같아 아예 자신이 자기 돈으로 제작해 배포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한국에 이렇게 깜찍한 지도를 제작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 대표는 월드컵 비틀맵도 준비중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10개 도시의 비틀맵을 만들어 축구팬과 관광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비즈니스면에서도 비틀맵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틀 마케팅"에 힘입어 불경기속에서도 흑자기반을 다지고 있다.

에버랜드 가이드맵, 이태원, 속초 등의 입체그림지도가 바로 비틀맵제품이다.

영어와 일어로 된 외국인용 관광 월간지 "비틀맵"도 발행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노란색 비틀맵을 들고 관광지와 명소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1999년 가을에 결혼을 했다.

남편은 네살 연하의 자기 회사 디자인실장이다.

그는 "혼자보다는 둘이서 "비틀"을 몰고다니면 더 멋있을 것 같아 결혼을 했다"며 마케팅의 귀재답게 "남편 자랑"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두살 아이의 어머니로 자식에게 자신의 "비틀"을 물려주는 것이 소원이다.

(02)3443-9745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