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올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동향을 보면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지만 곧바로 호전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률은 당초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예상치(3.2∼3.5%)를 웃돌았지만 3월 이후 수출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4.4분기의 마이너스성장(-0.4%)에선 벗어나 경기 바닥을 조심스레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은이 올해 처음 발표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분기 마이너스 3.3%에서 0.6% 증가세로 반전한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 수출.정보통신이 성장 견인 =1.4분기 민간소비는 0.9% 증가에 그쳤고 투자는 3.7%나 감소했다.

반면 수출(물량 기준)이 8.4% 증가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산업이 17.7%나 급증했다.

그러나 반도체와 정보통신을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은 오히려 2.2% 감소했다.

수출과 정보통신산업의 성장 기여도는 각각 1백20.7%, 70.6%에 달했다.

대외의존도와 특정산업 편중현상이 심화돼 미국 일본 등 해외경기에 더욱 영향받게 됐다는 얘기다.

◇ 경기 바닥인가 =전분기대비 GDP 성장률도 플러스(0.3%)로 반전된 것을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작년 4.4분기 마이너스성장이 계속 이어졌다면 꼬리가 긴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본격적인 경기호전 신호로 받아들이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다.

지난 3월부터 수출(금액 기준)이 수출단가 하락 탓에 감소했지만 4월부터는 수출 물량도 함께 줄었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 소비위축 여전 =소비지표도 엇갈린 신호를 보여준다.

특히 민간소비는 전분기에 비해선 1.0% 감소했다.

이는 지난 1998년 1.4분기(-12.4%) 이후 첫 감소세다.

내구재 소비는 무려 15.4%(전년동기비)나 급감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지수는 작년 12월 이후 계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4분기 들어 수출감소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소비심리 회복 등 내수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향후 경기는 1.4분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 전망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주식시장 고용지표 등이 호전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경기가 더 크게 나빠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경기반전은 수출 회복시점과 속도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진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분기대비 GDP 성장률 0.3%는 연율로 따지면 1.2%이므로 잠재성장률(5∼6%)에 크게 못미친다"며 "경기하강 추세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을 맞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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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 국내총소득 (GDI)

국내에서 내.외국인이 벌어들인 돈의 총액.국내총생산(GDP)이 국가경제의 양적 성장(지표경기)을 보여준다면 GDI는 질적 성장(체감경기)을 나타낸다.

GDP에서 무역에 따른 손익을 뺀 것이 GDI다.

GDI는 국내거주 내.외국인의 총소득을 나타내는 반면 국민총소득(GNI)은 내국인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소득을 집계한다.

GDI에다 내국인의 해외소득을 더하고 외국인의 국내 소득을 빼면 GNI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