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만해도 어린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들은 기저귀감을 구하기 위해 시장을 다니고 젓병을 사기 위해 약국을 헤매야 했다.

또 목욕용 통을 사려면 철물점을 돌아다녀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백화점이나 유아용품 전문 매장을 이용하면 한꺼번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어 번거로움을 덜게 됐다.

유아용품 전문업체인 아가방(대표 김욱)은 이같이 국내 육아용품 시장에 "원스톱 쇼핑"(한자리에서 상품구입이 가능한 형태)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업체다.

지난 79년 문을 연 이 회사는 97년 외환위기 사태가 일어났을 때를 제외하곤 20년간 꾸준히 매출이 늘어 작년엔 1천3백억원을 달성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의류업체들이 줄줄이 문닫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욱 대표는 "거래처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분산시켜 어느 한 거래처의 경영이 어려워져도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한 게 비결"이라며 ''시장다변화 정책''의 성공을 강조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대리점과 백화점,할인마트 등 유통구조가 다른 여러 거래처를 골고루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여년전부터 국내시장의 한계를 보고 수출시장을 넓혀갔다"고 설명했다.

아가방은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 해외생산기지와 별도법인을 설립해 수출지역을 다양화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철저한 재고 관리를 건실한 경영의 밑거름으로 꼽고 있다.

재고 관리는 의류업체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매일 아침 김 대표의 책상에는 브랜드별 적재·재고 현황표가 놓여져 있다.

그날 그날의 재고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한달 반 이상 창고에 쌓이는 물품이 없도록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총체적인 물류관리와 판매 관리를 위해 96년부터 2년에 걸쳐 정보시스템 구축작업도 실시했다.

아가방은 외환위기를 ''제2의 도약기''로 여기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낭비요소를 없앰으로써 내실경영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중이던 신규브랜드 두세개를 중도에 포기해야만 하는 시련도 겪어야 했다.

외환위기 이전에 8백여명에 달하던 직원수가 현재는 4백명이 조금 못되지만 매출은 그 때보다 훨씬 많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아가방은 단순한 디자인 개발만을 맡는 디자이너들보다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판매까지 총괄하는 MD(상품기획자)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읽을 줄 아는 우수한 MD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배운 것은 늘 같은 자세로 진솔하게 사업에 임해 신용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는 김 대표는 "올 하반기 코스닥에 등록함으로써 아가방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02)527-1344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