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재 심각한 에너지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등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올 여름 순차적인 단전조치를 거론할 정도로 사용할 전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에너지부는 앞으로 20년에 걸쳐 미국내 전력 수요가 45%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같은 수요를 감당하려면 총 1천3백개의 발전소를 새로 건설해야만 한다.

연간 65개의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러한 추세로 발전소가 건설됐던 시기는 1985년이 마지막이었다.

더욱이 90년대에 걸쳐 ''에너지에 굶주린'' 정보산업이 발전하면서 전력 소비량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인터넷산업이 총 전력의 8∼13%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만일 수요가 지난 10년간의 추세대로 성장한다면 2020년께에는 예상보다 많은 1천9백개의 발전소를 새로 건설해야만 할 것이다.

에너지 위기는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가 상승하는 에너지 비용과 강하게 연관돼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전미제조업자협회는 연료가격 상승이 1999∼2000년 사이 미국경제에 1천1백50만달러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월에는 캘리포니아 지역만 23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기업들이 전력확보가 쉬운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면서 대량감원 한파가 몰아친데 따른 것이다.

치솟는 에너지 비용은 가계살림에도 주름이 가게 하고 있다.

워싱턴DC지역 일반가정의 연료비 지출은 올해 3배 상승했으며 일부 가계에선 올 겨울 난방비가 식료품비 지출보다 더 높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위기가 서민들의 지갑만 얇아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의 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선 전력부족으로 신호등이 꺼졌으며 학교와 기업은 문을 닫아야 했다.

장기적으로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 생산감소로 인한 공급부족도 예측된다.

정부 추산에 의하면 앞으로 20년 안에 미국의 석유 수요는 3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가 폭증하고 있어 미국내 생산량은 가파르게 추락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지난 70년께보다 39%가량 적게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만약 에너지 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석유 생산량은 2020년께 하루 5백10만배럴로 미끄러질 것이다.

30년 전 하루 생산량인 9백40만배럴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같은 수요와 국내 공급 사이의 갭은 해외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증가시킬 것이다.

지난 73년 오일파동의 절정기에 미국은 해외로부터 석유의 36%를 수입했다.

현재는 5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64% 가량을 수입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감산 결정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 공급자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석유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께에는 지금보다 62%가량 많은 천연가스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이때 쯤이면 신규 발전소 10개 중 9개가 천연가스를 이용하게 된다.

현재 미국에는 상당량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는 추가로 파이프라인과 배급라인을 설치하는데 1천2백억∼1천5백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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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펜서 에이브러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최근 미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에너지관련 회의에서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