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시장의 달라진 특징으로 △수요자 위주 △규모 확대 △해외동조화 심화 △외국인 영향력 확대 △사이버화 등 5가지를 꼽았다.

전 총재는 24일 연세대 최고경제인 과정 초청 강연에서 외환위기 뒤 시장 변화를 이같이 요약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은 공공성보다 기업성이, 정부규제보다 시장 참가자들의 자율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5가지 특징 =전 총재는 우선 만성적인 자금 초과수요 현상이 완화되면서 금융시장이 공급자(금융회사) 위주에서 수요자(고객.기업) 중심으로 탈바꿈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투자율(25.7%)이 저축률(33.0%)을 밑돈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기업의 차입축소 속에 저금리 기조도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 규모가 커졌다.

단기금융(CP CD 등)은 10년새 4배(43조원→1백70조원), 장기채권은 7배(50조원→3백66조원)로 확대됐다.

작년에 41조원이 발행된 ABS(자산담보부증권)와 지수선물 등 신상품도 볼륨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셋째 해외동조화는 더욱 심해졌다.

주가는 미국 주가와의 상관계수가 0.68, 환율은 엔화와의 상관계수가 0.97에 달한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넷째 외국인의 영향력이 막대해졌다.

주식 보유액은 66조원(26.8%)에 이르고 7개 대형 시중은행, 8개 보험사의 대주주가 외국인이다.

끝으로 전 총재는 금융의 ''사이버화''를 꼽았다.

사이버 주식거래 비중이 66.8%에 달했고 인터넷 뱅킹은 도입된지 2년만에 5백29만명이 가입했다.

◇ 시장 참가자의 변화 =시장에선 각종 경제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정보 비대칭''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보를 미리 안 사람과 모른 사람간의 손익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

지난 22일 한은의 1.4분기 성장률 발표 전에 미리 수치가 새어나갔다는 딜러들의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른바 ''합리적 기대''에 의해 행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정부 정책이나 산업생산 물가 등의 통계가 발표되기에 앞서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전철환 총재는 "시장이 발달할수록 통화정책의 효과가 높아진다"면서도 "시장 영향이 커져 통화정책에서 의도하지 않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래 인플레가 예상되면 장기금리가 먼저 뛰어 자동적으로 긴축 효과가 발생하고 정책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