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바둑계는 이른바 ''잘나가는'' 10대들의 경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전 끝난 LG배 기왕전에서 2연승후 3연패로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세계최강 이창호9단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이세돌3단(18)이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이3단외에도 85년생 소띠 동갑내기로 ''송아지트리오''로 불리는 최철한3단,박영훈2단,원성진3단등도 각종 기전에서 고단진 선배들을 울리며 호시탐탐 정상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화려한 이들의 활약에 견준다면 상대적으로 기단의 고참인 40대 중견기사들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40대의 두 중견기사가 모처럼 본선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바둑계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LG정유배 본선 8강에 나란히 진출한 서능욱9단(43)과 김동엽7단(44).

''반상의 손오공''으로 통하는 서9단은 80년대 이른바 ''도전5강''의 한사람으로 불리며 조훈현9단과 서봉수9단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번번이 정상일보 직전에서 이들 두 사람에게 덜미를 잡히며 준우승만 13회를 차지한 불운의 기사다.

최근엔 본선무대에서조차 서9단의 이름을 찾기 어려울만큼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LG정유배 예선결승에서 조훈현9단을 통쾌하게 물리치고 본선진출에 성공하며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올들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9단이 예선탈락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정도로 그의 승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친 김에 그는 다음 상대인 서봉수9단마저 3백15수까지 가는 접전끝에 흑8집반승을 거두고 당당히 본선8강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김동엽7단도 신예강호인 윤성현7단을 상대로 2백49수만에 백1집반승을 거두고 8강에 입성했다.

김7단이 본선8강에 오른 것은 지난해 배달왕기전 이후 약 9개월만이다.

두텁고 중후한 기풍의 소유자인 김7단은 부분전에선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 과거 조훈현9단을 상대로 KO승을 거둔 적도 있다.

본선 8강에 오른 것이 뭐 그리 큰 성적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2백여명에 달하는 프로기사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에서 치열한 예선관문을 뚫고 본선에 진입하는 것 자체도 수십대 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한 프로기사는 "일부 정상급 기사를 제외하고 나면 40대에 접어들어 대부분 조로현상을 보이는 것이 중견기사들의 그동안 모습이었다"며 "모처럼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이 두 사람을 거울삼아 다른 중진기사들도 분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