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과연 저점을 통과했는가.

그렇다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인가.

경제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간판 국책연구원장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 월례 경제동향설명회에서 "올 하반기에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인 5~6%의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진 부총리의 이같은 견해는 24일의 한 강연에서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태를 지난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힌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의 보다 적극적인 경기진단과 대비된다.

이에 앞서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23일 "올 하반기 경기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신중론"을 개진했다.

거시경제 정책 수립·운영의 ''3두 마차''인 이들 3인의 경기 관련 시각차이가 내달중 발표될 하반기 경제운영시책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세 사람의 경기관련 최근 발언을 정리했다.

◇진념 부총리=25일 정부 과천청사 회의실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5월 경제동향 설명회''를 갖고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경기회복 궤도 진입 여부와 관련,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비자,기업가,투자자들의 심리가 호전된 것은 분명하지만 본격 회복됐다고 보진 않는다.

6월말까지는 지금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부총리는 "경제상황으로 볼 때 추가 부양없이도 연간 성장률 4∼5%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인위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수출활성화 등 기초체력 보강에 정책의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전철환 한은 총재=지난 24일 저녁 연세대 경제대학원 최고경제인과정 초청 강연에서 "작년 4·4분기가 최악이었으며 지금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올 1·4분기 성장률(3.7%)은 여전히 잠재성장률보다 낮아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며 최악의 상태는 벗어났지만 경기호전을 확신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전망에도 언급,"4월 들어서부터 환율이 안정추세를 나타내면서 물가 상승압력이 크게 줄었지만 유가 상승 등 물가를 부채질하는 요인들이 상존해 있다"며 올 억제목표인 4% 달성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 총재의 분석은 재경부가 "이달을 고비로 물가가 안정세를 회복,하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은 것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강봉균 KDI 원장=지난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정책간담회에 참석,"1·4분기 GDP가 작년 4·4분기에 비해 올라간 것은 분명하지만 하반기 경기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에도 언급,"작년 후반기 정부의 부실기업 다루는 속도를 좀더 서둘렀다면 1,000포인트까지 갔던 종합주가지수가 덜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우리 경제가 더욱 침체될 수 있으므로 금융당국이 신축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형규·김인식·이방실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