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3관왕, 2관왕에 오른 영화 ‘노 매드 랜드’와 ‘더 파더’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1955~·사진)의 음악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그의 음악은 ‘블랙스완’ ‘언터처블: 1%의 우정’ ‘닥터 지바고’ ‘인시디어스’ 등 수많은 영화에서 쉽게 들어볼 수 있다. 토리노 음악원, 밀라노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1996년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파도(The Waves)>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앨범 ‘파도’를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그는 오늘날 세계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자작곡 ‘경험’은 틱톡에서 130억 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그가 2016년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초청으로 노르웨이 빙하 위에서 자작곡 ‘북극을 위한 애가(Elegy for the Arctic)’를 연주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2200만 회를 돌파하며 환경 파괴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운 바 있다.에이나우디가 오는 4월 한국을 찾는다. 그의 내한 공연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김수현 기자
“10년 뒤 서울시향이 세계 최고 명문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경쟁 상대가 되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정재왈 서울시향 대표(61·사진)는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가 서울시향 창단 80주년이자 법인화 20주년이 되는 시기인 만큼 ‘앞으로의 10년’을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기점으로 삼고자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2035 미래 비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구상 중이며, 오는 6월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지난해 10월 취임한 정 신임 대표는 고양문화재단, 안양문화예술재단, 금천문화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소속 문화예술기관장을 지낸 문화행정 전문가다. 서울시향 대표 임기는 3년이다. 그는 글로벌 문화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교향악단,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클래식 음악을 누리는 ‘모두를 위한’ 교향악단, 지속 성장이 가능한 ‘혁신적인’ 교향악단을 목표로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확보 등을 추진한다.정 대표는 서울시향을 둘러싼 해묵은 문제를 차례로 해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먼저 그는 서울시향 노조와 단원 정년 제도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현재 서울시향은 다른 국공립 예술단체와 달리 사실상 단원들에 대해 정년을 두고 있지 않다. 그는 “단원 정년 문제에 대해선 노조 측과 일정 부분 합의에 도달했으며, 같이 노력하자는 다짐이 있었다”며 “올해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정 대표는 현재 공석인 악장을 포함한 단원 채용에도 속도를 낸다.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가 세계 3대 과학소설(SF)상 가운데 하나인 필립 K. 딕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 소설로는 최초다.13일 출판사 인플루엔셜의 문학 브랜드 래빗홀에 따르면 <너의 유토피아> 영어 번역본이 지난 10일 발표된 필립 K. 딕상 후보 여섯 편 가운데 하나로 올랐다. 수상작은 4월 18일 발표된다. 이 상은 SF 작가 필립 K. 딕을 기려 제정됐다. 그의 사망 이듬해인 1983년부터 수여되고 있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칼리 윌리스의 <데드 스페이스>, 앤 차녹의 <계산된 삶> 등이 이 상을 받았다. 휴고상, 네뷸러상과 더불어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가 <나인폭스 갬빗>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작품이 3대 SF 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이다. 8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안톤 허의 번역으로 지난해 라는 제목으로 미국에 출간됐다. 안톤 허는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를 번역하기도 했다.수록작들은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깊은 인류애를 그려낸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는 전염병으로 인류가 떠난 황량한 행성에서 고장 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태우고 배회하는 스마트 자동차의 이야기다. 인간을 꼭 닮은 의료용 휴머노이드 314는 이따금 “너의 유토피아는?”이라며 묻는다.정 작가는 1998년 연세문화상에 단편 ‘머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2017년 출간한 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