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25일 물관리민간위원회 회의를 마친 직후 흥분된 모습으로 기자실을 찾아왔다.

정부가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을 발표하기 3시간 전이었다.

최 총장은 민간위원회 회의내용을 설명한후 새만금사업의 "예정된 강행"에 분노를 터트렸다.

이미 시행을 결정한뒤 환경단체 대표들을 들러리로 세웠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함께 기자실에 온 임삼진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국민의 정부는 환경보호를 포기했다. 현 정권과 전면전을 벌여 나가겠다"며 "선전포고"까지 했다.

이들이 격분한데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신중론"을 내세워 새만금사업과 관련된 민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토론회도 열었으나,사업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분쌓기 였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들어 세차례 열린 공개 토론회에서는 "수질오염 우려 및 갯벌의 경제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선 동진강 개발 후 만경강 추진론"에 묻혀 버렸다.

지난 24일 열린 민.관 평가위원회 회의도 "수질오염 및 갯벌의 경제성 등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가 미비하고,대안 마련도 어려운 만큼 당장 가부간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좀 더 검토한 후 김대중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게 바람직하다"고 건의했으나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조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추진쪽으로 내부적인 결론을 정해놓고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쪽으로 유도해 왔다"며 "그러다 보니 매번 정부측과 민간위원들간에 팽팽한 대립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 99년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새만금 간척사업을 일시 중단시킨 정부는 2년간 개발명분을 얻기위한 시간벌기를 한 셈이다.

새만금사업의 지속여부는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간에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의 강행결정에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

정부측도 반대론자의 주장을 고려해 "환경친화적"이란 애매한 용어까지 사용하며 "2단계 개발"이란 대안을 제시했다.

최종 결론까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을 엿볼수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간척사업 중단으로 지난 2년간 하루에 3억원씩을 낭비한 사실을 감안할때 결국 "예정된 강행"으로 끝난 이날 결정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듯 하다.

홍영식 정치부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