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두산그룹이 발전설비 등 중공업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맥주 등 소비재 부문을 매각한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25일 "OB맥주의 지분 50% 가운데 일부를 벨기에 인터브루사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매각 규모는 가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도 이날 OB맥주 지분매각을 위해 외국계 기관투자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의미없는 지분만 남겨 사실상 맥주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 보고있다.

두산이 OB맥주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기공과 한국전력기술의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지금까지 음료 식품 등 경공업·소비재 위주로 인식돼 온 그룹 이미지를 향후 중공업·발전설비 분야 전문그룹으로 바꾼다는 전략 아래 한전기공과 한전기술 인수전에 뛰어들어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이미 입찰참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이들 기업을 인수,발전설비의 설계에서부터 생산,유지보수까지 일관체제를 갖추겠다는 게 두산의 복안이다.

전력설비 유지·보수 전문회사인 한전기공과 건축·엔지니어링 관련 기술서비스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자산가치만 각각 5천억원에 이르는 회사.

두산이 구조조정을 착실히 해 왔지만 현재의 그룹 자금 사정으로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맥주 등 일부 주력 사업 매각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두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구조조정을 하면서 마련한 계열사 매각대금과 두산중공업 사내 유보금을 총동원하면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맥주 지분외에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두산이 맥주뿐 아니라 소주부문도 넘길 것이란 소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매킨지컨설팅도 앞으로 두산그룹이 소비재보다는 중간재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져 시장의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