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이다.

한 여름에도 꼭꼭 싸매고 숨겨야 아름답다는 인식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도 노출은 있었다.

신윤복의 풍속화를 들여다보면 개울가에 앉아 머리를 감는 여인네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젖가슴을 드러내고 사내들이 그걸 훔쳐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처럼 노출은 이념과 시대를 넘어 항상 존재했다.

최근에도 김혜수와 제니퍼 로페즈의 노출의상에 대한 네티즌간의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모 TV프로에 젖가슴이 거의 다 노출된 의상을 입었던 김혜수와 그래미 시상식에 바람만 살짝 불면 젖가슴이 다 보일 정도의 의상을 입었던 미국의 팝가수 "제니퍼 로페즈"에 대해 네티즌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로페즈에 대해서는 "다음에는 어떤 파격의상을 입을지 기대된다"고 한 반면 김혜수의 노출에는 거부반응을 보이며 심지어 "노출증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남의 여자의 노출은 보기 좋지만 내 여자의 노출은 주책스럽다고 느끼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 같다.

여성의 노출은 여심의 자연스런 발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출은 자기애의 다른 표현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적절한" 수준의 노출은 매우 정상적인 것이며 바람직하다고 한다.

또 당당한 여성의 노출은 자기존중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이 최근 10대들의 유행을 보면 그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10대들의 노출은 구세대의 전통적 사고관에 반항하려는 심리와 이를 통해 자신의 갈등을 풀 수 있는 측면이 강하다.

어떤 이들은 여성의 노출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주장은 "자제력을 잃은 남성들의 자가당착적인 논리"일 뿐이다.

여성의 노출은 성적 의미보다는 자신의 몸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자기애와 자신의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퇴근해 집에 들어온 남편은 TV에 나오는 노출이 심한 여배우들의 각선미를 흘끔거리곤 한다.

여기에 불만이 생긴 아내는 조금 노출이 강한 옷을 입고 남편 앞을 서성댄다.

이 때 "저리 가! TV 가리지 말고"라고 말하는 남편의 모습이 아니길 바란다.

남편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 아내의 노출은 어떤 경우라도 무죄다.

홍영재 < 산부인과 원장 HYJ8888@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