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그림으로 유명한 중견작가 이강소(58)씨가 30일부터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2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트레이드 마크인 "강에서","산에서"란 제목의 신작 50여점을 선보인다.

이 씨는 80년대 선술집에서 퍼포먼스를 비롯해 닭을 전시장 안에 묶어놓은가 하면 행위예술 판화 조각등 모든 장르를 넘나들었던 작가다.

80년대 중반 이후 다시 평면작업으로 돌아와 한국적인 풍경을 추상 표현주의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회화로 복귀하면서 "평면에서도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데 너무 일찍 평면을 포기하는 작가가 많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그가 회화로 돌아와 그린 그림들은 무척 난해하다.

화면에는 큰 붓이 지나간 듯한 흔적만이 남아 있다.

붓자국은 자유로우면서도 거친 느낌을 준다.

색조는 단조롭다고까지 할 정도로 회색 일변도다.

화면 군데군데 집 오리 섬 등이 조그마하게 그려져 있는데 제목이 없다면 그게 집인지 오리인지를 알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전시에 보여준 신작들은 이런 구상적인 요소들이 전에 비해 훨씬 절제돼 있다.

집이나 언덕을 암시하는 몇 개의 선들은 일종의 회화적 기호다.

관람객들은 아주 적은 구상적 요소들을 통해 작가가 던져주는 작품의 의미를 스스로 추정하고 해석할 뿐이다.

추상 표현주의로 한국의 정신세계를 담은 암시적인 풍경화라고나 할까.

미술평론가 김재준(국민대 교수)씨는 "그의 작품은 회화의 본질을 깨달은 작가가 지워버릴 것은 다 지우고 최소한의 것만 남긴 느낌"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로베르트 와이 카라''갤러리에서 가진 전시를 통해 동양적 감각을 이용한 한국적인 서양화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6월16일까지.

(02)511-066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