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했던 선진국간 공조체제가 깨지고 있다.

반면 세계 각국의 이익과 경제주권을 강조하는 경제이기주의 움직임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세계 각국 내부적으로는 주무부서간 경제정책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각국의 경제회복과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되는 현상이다.

올들어 ''경제 이기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역시 미국이다.

지난 1월20일 부시 정부가 출범한 이후 모든 대외정책에서 ''강한 미국''과 자국의 이익을 강조해 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 먼로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일본도 고이즈미 내각이 들어선 이래 자국의 이익을 고수하기 위한 국수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주말 윤곽이 드러난 고이즈미 개혁정책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히라누마 플랜''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런 기조가 전면에 흐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함께 선진국들이 처한 경제여건과 정책입지가 서로 다른 점도 경제이기주의를 야기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최근 미국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유럽경제는 갈수록 둔화세가 뚜렷하고, 일본경제는 장기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책수단도 미국은 재정과 금융정책 등 모든 면에서 비교적 여유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거의 모든 정책수단이 막혀 있는 무력화 단계에 놓여 있어 대조가 되는 상황이다.

유럽은 정책여지는 있으나 회원국간 이해대립으로 정책실기(失機)가 자주 문제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의 경기회복과 안정을 위해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인식하는 정책수단이 결여된 점이 공조체제를 약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과거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최근처럼 경제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면 인접국간 협력이 강조되는 것이 관례다.

올들어 지역블록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다.

미국은 이미 미주 자유무역지대(FTAA)의 조기 추진을 주도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아시아 개발은행(ADB) 연차총회를 계기로 역내 경제 혹은 금융협력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선진국들이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유럽은 경기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유로랜드의 확대움직임이 당초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세계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주의 움직임은 부진하다.

세계 각국들이 약속한 우루과이라운드(UR) 양허계획 이행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지난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검토회의에서 합의된 뉴라운드 협상도 오는 11월 열릴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에서 재추진될지 의문이다.

그동안 위기방지 차원에서 논의된 금융협력 문제도 한.일간 통화스와프 협정 등 일부 국지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몇가지 성과를 제외하고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같은 경제현상을 놓고 세계 각국 뿐만 아니라 한 국가내 경제주체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입장에서 경기를 진단하고 내놓는 처방전도 제각각이다.

자연 사실(fact)보다 허구(fiction)가 판친다.

주가 환율 등 가격변수 움직임도 기복이 심해진다.

부화뇌동(附和雷同) 심리와 각종 동조화 현상도 재현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제를 볼 수 있는 안목과 위험관리능력(risk management ability)을 키워야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외환경에 의존하고 국제협력이 필요한 국가일수록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능력과 국가차원의 위험관리능력을 확보해야 경제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동시에 제3자적 관점에서 언론과 연구기관, 애널리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지표 발표 때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보도와 연구보다 종합적인 분석과 해설을 토대로 국민들과 투자자들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특히 일반인들은 경제신문을 꼼꼼히 챙겨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자신들의 위험관리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