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요즘 중국에서 수출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무지하게 바쁜 틈에도 ROTC 동기들과 저녁자리를 함께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동기들은 두달에 한번씩 서울 아미가호텔 뒤에 있는 ''강릉옛날집''이란 한식집에서 만난다.
장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26기의 동기중엔 성장가도에 들어선 벤처기업인이 22명이나 있다.
컴퓨터 휴대용기억장치를 개발,폭발적인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텔레게이트의 백정현 사장도 동기다.
이 26기중엔 김종완 누리소프트 사장이 마당발이다.
그는 고중제 이소프팅 사장 등 벤처기업인들의 정보를 교환하고 모임을 주선한다.
벤처컨설팅업체로 부상중인 I&S비즈니스컨설팅 사장인 조영길 변호사도 동기들의 애로사항을 뒷바라지하느라 바쁘다.
장 사장은 ROTC모임외에도 경기벤처기업협회 총무이사를 맡아 회원들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힘쓴다.
바텍시스템의 임성훈 사장등 이 협회 회원들은 수원 캐슬호텔 무궁화홀에서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길 즐겨한다.
사이버시대에 접어들면서 저녁모임을 갖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벤처인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장사장의 판단은 다르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퍼스널하게 접촉하면 인터넷으로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얻게 된다고 얘기한다.
루트가 컴퓨터 청정기를 대거 수출할 수 있게 된 것도 동기모임에서 얻은 정보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26기 동기들만 자주 만나는 게 아니다.
올들어선 지역별로도 벤처기업인들이 저녁모임을 자주 갖는다.
대덕에선 "21세기벤처패밀리"가 대표적인 모임이다.
이경수 자니텍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이 모임엔 구본탁 인바이오넷 사장 등 20여명이 열성적으로 참석한다.
특히 이석봉 대덕넷 사장이 이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데 온 힘을 다한다.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도 이 모임엔 절대 빠지지 않는다.
대덕밸리의 최신 정보를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인 모임가운데 가장 혈맹적인 그룹은 "오목교파"다.
이들은 부산 남양금속의 홍태식 사장,인천 소피아의 주정균 사장,김포 강원합성의 이봉준 사장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서울 오목교 가까이 있는 유퉁국밥집에서 만나 항상 1박2일로 문제를 토론한다.
공장증설에서부터 신규사업진출까지 툭 털어놓고 얘기를 나눈다.
이 토론에서 대립이 치열해지면 "보스"인 백채훈 영신벤처 사장이 15년간 반도체 부품을 생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
최근엔 천안 청주 광주 창원등 지역에서도 벤처기업인들의 저녁모임이 부쩍 늘었다.
벤처붐으로 뜸했던 퍼스널한 모임이 다시 정보교환모임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모임에 나오는 벤처인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