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급등 이후 외국인이 이틀째 매도우위를 보이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이완되면서 증시가 기간조정에 들어갔다.

28일 월요일 종합지수는 지난 주말 뉴욕증시 하락 소식에 610대로 되밀렸다. 지난 16일 이래 여드레만에 단기 투자심리선인 5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다.

화요일에도 지수는 추가상승보다는 조정 양상을 띨 가능성이 엿보인다.

우선 최근 지수관련 대형주의 엇갈림이 눈에 두드러지면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22만원대에서 등락하고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포항제철도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통신과 한국전략도 주도할 만한 재료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지수관련 대형주와 업종대표주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율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현대차 등 실적호전주 등 옐로칩이나 업종대표주도 한단계 순환랠리를 보였다는 점에서 한박자 쉴 태세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하다. 조정을 당연하게 수용하는 분위기다. 우선 거래소에서 외국인 ''대량 매수 뒤 소폭 매도''에 멈추고 있어 순매수 기조가 바뀌지 않을 듯하며 선물상승으로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증시투자자금 유입이나 고객예탁금 9조원대 진입도 매수를 위한 충분조건은 못돼더라도 증시를 안정시킬 필요조건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GI증권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나 주도주 공백 속에서 일시 조정을 보이고 있으나 계단식 수준"이라며 "정부의 경기진작책이나 연기금 증시 자금 유입, 구조조정 관련 재료를 고려할 때 최근 추세는 살아 있어 조정시 매수관점에서 장을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더 떨어지길 기다려야할까 = ''조정이 얼마나 갈 것이냐''를 두고 다소 엇갈린 시각이 교차되고 있다.

주요 논란은 △ 외국인 순매수 지속 여부 △ 국내외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 구조조정 재료의 해결 여부 △ 지수관련 대형주의 탄력 둔화 및 종목별 순환매의 일단락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긍정적인 다수설 내부에서 ''추가하락은 제한될 것이니 사도 무방하다''는 견해와 ''좀더 밀릴 수도 있으니 일단 팔고 매수타이밍을 다시 잡으라''는 견해 사이에 ''마찰적 이견''인 셈이다.

단기 제한된 범위에서 긍정과 부정적 요인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조정의 길이''를 둘러싸고 낙관론을 다소 앞세우는 ''짧은 조정론''과 경계감을 내세우는 ''다소 긴 조정론''이 맞서는 양상이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유일한 매수주체인 외국인이 쉬면서 수급을 뒷받침할 만한 세력이 없어 시세탄력이 둔화되고 있다"며 "지지력을 확인하고 고점돌파 시점을 어떻게 몰아갈 것이냐가 관건이나 현재 조정 상황에서 서두를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한차례 순환하면서 지수가 레벨업된 상황에서 추가 재료를 탐색하며 조정이 빚어지고 있다"며 "600선대 지지력을 점검한 뒤 여름 장 진입을 앞두고 대형주를 비롯한 장세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 외국인 순매수, 경기 회복에 달려 = 조정기간과 관련,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외국인 대량 순매수 이후 매수공백 문제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회복 시점이 좀더 뒤로 밀리고 국내 경기도 이에 연동될 것이라는 조건변수가 더해진다.

특히 외국인 매수에 기폭제를 제공한 미국의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GDP) 잠정치가 당초 예상치 2.0%보다 낮은 1.3%로 약화됐고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나 자동차 경기도 좋지 않는 등 금리인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역시 미국 경기와 맞물려 수출이 석달째 하락세를 보이는 등 29일 발표될 산업활동 동향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현재로서는 하반기 경기회복 시나리오가 예측되곤 있으나 직접적으로 다가온 2/4분기 현실적인 성장률 역시 1/4분기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높다. 2/4분기 실적 둔화 전망은 당장 주가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조흥투신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우리나 지난 4월부터 한달 가량 반등 또는 상승했다면 조정을 받을 시점에 다가왔다"며 "미국의 1/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았고 2/4분기도 더욱 안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경제가 최근 주택이나 자동차 등에서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이라며 "나스닥이 2,000선까지 조정되고 국내 단기 급등한 옐로칩도 조정을 맞으면서 590선까지 흘러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경기하락 리스크를 거론하며 정책적 대응을 논하면서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했고, 미국 뮤추얼펀드 자금동향도 최근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급락 우려감은 덜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외국인이 이틀째 순매도를 하긴 했지만 막판 순매도규모를 8억원대로 줄였다는 점에서 매수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단계 좀더 지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경기회복이 가시화돼야 한다''는 점을 다들 인정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악재를 외면하고 호재찾기에 부심하는 모습 속에서 시장심리가 매수에 옮겨지고 있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미국보다 한발 앞서 가기 시작한 국내 증시여건상 나쁠 것은 별로 없다는 견해가 많다. 미국에서 한단계 땡겨주면 한번 더 치고 갈 수 있는 장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여전히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차, 현대건설, 현대투신 등 외자유치와 구조조정 관련 현안들의 해결기대감이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여기에 사모M&A펀드 허용이나 정부의 건설경기 및 투자·수출 활성화, 규제완화책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나 우리시장이나 한단계 올라서기 위한 조정과정이 진행되는 기로에 서 있다"며 "그러나 추가상승이 다소 부담이 되긴 하지만 유동성 기대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비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샀던 추세가 이어지고 현물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기조도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날 거래량이 준 것도 매도보다는 상승가능성을 염두에 둔 관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