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기업이념이 뭐냐고 자꾸 물어보는데 저는 그런게 없습니다.
우리 회사엔 사훈(社訓) 사시(社是) 사가(社歌) 같은게 없습니다"

기업경영정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더존디지털웨어는 불황속에서도 "잘 나가는" 기업이다.

매출과 이익이 급증한 덕분에 코스닥에선 실적호전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

그래서 뭔가 특별한 경영철학이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 이를 물었더니 김택진(44) 사장은 의외로 이렇게 대답했다.

"틀과 형식을 체질적으로 싫어합니다. 시무식도 없고 종무식도 없습니다. 정기조회 회의도 물론 없죠"

더존디지털웨어는 회의라곤 한달에 한번 팀장.지점장 회의를 갖는 것 밖에 없다.

그것도 정해진 날짜가 없다.

필요하면 하는, 그런 회의다.

김 사장의 이런 스타일은 지사 관리에서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회사는 영업점을 지점 형태로 운영하지만 김 사장은 7개의 지사를 모두 독립법인으로 만들었다.

"지사책임자를 월급쟁이로 만들어 놓으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영업 및 유지보수와 관련한 일을 하는 경우엔 주인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 회사는 작년에 1백47억원(순이익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엔 2백60억~3백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회사처럼 지사 매출을 더하지 않은 것이어서 회사의 실제 외형은 드러난 것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 대부분이 외형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김 사장의 이같은 경영은 우직스러운 데가 있다.

사실 그는 여러 면에서 우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1991년 창업한 후 처음 회계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을 때의 일이다.

시장엔 이미 유사한 응용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경쟁업체들이 많았다.

10년된 업체도 있었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저가전략을 쓸 필요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절대 할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 사장은 "어려울 땐 어려워야 한다"는 논리로 설명했다.

"우리가 1년이상 고생해가며 만든 프로그램인데 어렵다고 덤핑하면 됩니까. 그런 영업전략을 쓴 결과 소비자들은 더존디지털웨어의 제품에 대해 정가를 줘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초창기에 어려웠던게 이제는 마케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우직한" 사례가 있다.

현재 더존디지털웨어는 1백20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출자를 요청하기도 하고 다른 기업들은 여윳돈을 활용, 주식투자에도 나서지만 이 회사는 정기예금에만 묻어두고 있다.

"장사해서 돈을 벌어야지 재테크해서 돈벌면 됩니까. 3~4%포인트의 금리를 더 주겠다는 금융기관도 있지만 그냥 은행에 맡겨 둡니다.
보험형식으로 적립하는 것이죠. 해외에 현지법인을 만드는 등에 이 돈을 쓸 계획입니다"

이 회사는 수출을 늘린다는 방침아래 요즘 동남아 시장을 조사하고 있다.

동남아의 경우 한국과 기업문화가 비슷해 더존디지털웨어의 <>회계관리 <>ERP <>MIS(경영정보시스템)의 프로그램이 통할 것 같아서다.

또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업, 포탈사이트(www.thezone4u.net) 유료화, ASP(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임대)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기업실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게 우리에겐 매출증가의 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전산화를 추진하는 까닭에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기업들의 정보화를 독려하고 있는 점도 매출확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원재료 등에 대한 고정비 지출이 적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매출이 늘수록 이익도 함께 증가한다며 올해 적게는 80억원, 많게는 1백20억원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