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에는 미켈란젤로의 명작 다윗상(像)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붙든다.

높이 4.3m의 이 대리석 조각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거인 골리앗을 죽인 소년의 상이다.

미켈란젤로는 1501년부터 1505년까지 4년여간 피렌체에서 다윗상을 완성할 때까지 작업과정을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완성된 작품은 ''신의 솜씨''라 불리며 르네상스시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스트셀러 ''아메리칸퀼트''를 썼던 미국작가 휘트니 오토는 다윗상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가 소설 ''미켈란젤로의 딸''(황금가지)을 썼다.

''미켈란제로의 딸''은 15세기 초 여인 줄리에타와 20세기초 그녀의 후손으로 태어난 로미 마치라는 인물을 통해 시공을 넘나들며 예술혼과 사랑의 정체를 탐구한 작품이다.

소설에서 다윗상의 ''탁월한 미학''은 예술가 지망생들을 압도하는 동시에 범접할 수 없는 열패감을 던진다.

예술가를 꿈꾸는 줄리에타도 다윗상 작업실에 남장을 한채 잠입해 엿보면서 그같은 느낌을 체험한다.

줄리에타의 눈에 미켈란젤로는 오만불손한 ''예술권력''으로 비친다.

자신만이 대리석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천재라고 여기고 세상의 ''떨거지들''과 소통을 거부했다.

그는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사형집행인''처럼 고독한 존재였고 ''꿈을 현실에 양보하지 않는'' 몽상가였다.

줄리에타는 이런 그에게 처음 증오심을 가졌다가 갈수록 애정을 느끼게 된다.

당시 여성은 화가가 될 수 없던 시절이었지만 줄리에타는 다윗상 작업장에 버려진 대리석 한조각을 품고 나와 예술가로의 꿈을 키워간다.

20세기 초 그 대리석 조각을 물려받은 줄리에타의 후손 로미 마치도 성차별 때문에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흑인 사진작가 오거스틴과의 사랑도 인종차별의 벽에 가로막힌다.

마치가 우연히 우피치미술관에 들러 다윗상을 보는 순간 아름다움과 경이로움,무시무시함에 압도돼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오거스틴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똑같은 것이었다.

다윗상은 5백년의 시차를 두고 두 여인에게 예술을 향한 집념의 표상이자 사랑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같은 줄거리는 미술사속의 다양한 사실과 일화를 토대로 전개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르네상스시대 그림에서 유다가 노란색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은 노란색이 비겁함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이 관리소홀로 한 때 곰팡이가 피었다거나 20세기 화가 데쿠닝의 그림이 30년이 지나도록 물감이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는 등의 흥미있는 사실도 기술돼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