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를 잔인한 무법 침략자처럼 여겨라"

최근 프랑스 기업에 불고 있는 경쟁력 강화 전략이다.

경쟁업체 타파 심리를 이용한 근무의욕 증진 및 동기부여 방법이다.

즉 적군(경쟁업체)의 도전으로부터 자신이 소속된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생존의지는 사내 단결력을 강화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장난감업체 스모비는 경쟁업체 베르세를 원수 대하듯 한다.

하지만 실제 전략타깃은 국내 동종업체가 아니라 국제 경쟁력 강화다.

스모비의 최대 경쟁자는 가격경쟁에서 월등한 동남아 업체들이다.

그러나 직원들로 하여금 위험의 실체를 느끼게 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적(국내 업체)을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가정용 수영장 전문업체인 워터에어도 직원들의 사기 증진에 적과의 전투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이동통신업체 부이그텔레콤도 같은 전략을 쓴다.

통신업계 후발업체 부이그는 본사 전략실(war room)에 경쟁업체 프랑스텔레콤과 SFR의 신제품 카탈로그 및 광고 포스터를 전시해 직원들로 하여금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한다.

패스트푸드업체 퀵은 사내에서 경쟁업체 맥도날드의 ''맥''자도 입에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

경쟁업체 타파 병법은 사내 분규나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외부의 적과 싸워야 한다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부서간의 다툼은 뒷전으로 물러난다.

인수.합병으로 새로 태어난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전략이다.

경쟁업체라는 적을 지목함으로써 인수업체와 합병당한 업체 직원들간의 반목을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기업의 위기극복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전쟁대학원(EGE)의 크리스티앙 아르뷜로 교수는 "경쟁업체를 적으로 삼는 전략은 생산성 향상에 좋은 무기임에 틀림없지만 그 방법과 강도는 목적 달성에 맞게 짜야 한다"고 말한다.

즉 몇년간 매일같이 종업원들에게 총칼로 무장하고 출근하는 듯한 정신적 부담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되는 강행군은 탈영병이 생기게 하며 이는 결국 전체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경쟁사에 대한 과도한 강박관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같은 편이란 의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군사들에게 전략 목표를 교묘히 속여서는 안된다"고 아르뷜로 교수는 강조한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