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트럭 시장에 최근 ''스카니아 트럭이 고장나면 헬기가 뜬다''는 소문이 돌아 국내 업체를 긴장시킨 적이 있다.

실제 헬기가 뜨는 것은 아니다.

1년 3백65일 24시간동안 전국 어디에서 차가 고장나도 긴급 출동이 가능한 콜센터를 개설한다는 계획이 부풀려진 것.

그만큼 스카니아의 서비스 프로그램은 위력적이었다.

현재 스카니아는 차를 살 때 5백만∼7백만원을 더 내면 보증수리 기간을 1년간 연장해 주는 ''차량유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2년동안 운행 거리에 관계 없이 보증 수리를 해주는 제도다.

일반 부품은 2년 4만㎞, 엔진 트랜스미션은 3년 6만㎞ 범위 내에서 보증수리해 주는 국내 업체에 비해 돈은 몇백만원 더 들어간다.

하지만 상용차는 차값이 1억원을 훨씬 넘는다.

특성상 매일 수백㎞를 운행해야 한다.

몇백만원을 더 내더라도 안전 운행을 보장받는게 소비자에게는 더 유리하다는 점에 착안, 스카니아는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스카니아의 이같은 노력은 고객 중심의 마인드가 마케팅에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외국 기업들의 고객 만족에 대한 집착은 단지 마케팅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계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는 ''미스테리 샤퍼''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관리평가 전문업체인 ''한국 소비자 리서치''에 외주를 줘서 전국 7개 매장을 매년 2∼3차례 불시에 방문, 고객 서비스를 점검하는 것.

평가 항목은 무려 1백86개에 달한다.

미스테리 샤퍼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1,2위인 강남점과 무역센터점(매출 2위)은 미스테리 샤퍼의 평가가 나쁘게 나와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

미스테리 샤퍼는 채점 결과를 임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프리젠테이션해 잘못된 점을 고치도록 한다.

당장의 매출보다 고객 만족도가 높아야 기업이 장수할 수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제도다.

미국 소프트웨어업체의 한국 지사인 한국어도비시스템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분기별로 1백30개 대리점을 평가해 이중 우수 업체를 공인 대리점으로 승격시킨다.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 역시 매출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다.

"매출은 덩치가 결정하지만 고객 서비스는 사업에 대한 열정을 반영한다"는게 이흥열 어도비 사장의 소신이다.

고객 중심의 이같은 서비스와 마케팅은 기업 문화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아무리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상사의 각종 지시를 수행해야 하고 이른바 ''의전''을 실적보다 중시하는 풍토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지난 25일 한국을 방문했던 톰 엔지버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회장의 말은 그런 점에서 되새길 만하다.

그는 TI코리아 직원들에게 "나를 포함한 경영진들에게 마음을 쓰지 마라. 내부 일에도 시간을 쏟지 마라. 고객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김용준.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