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회장은 1954년 국내 최초의 골프장인 서울컨트리클럽이 생기기전부터 일본 유명프로들한테서 일찌감치 골프를 배웠다.

이회장은 서울CC가 본격적으로 문을 연 55년부터 12대 국회의장을 지낸 이재형씨,사돈이 된 금성사회장 구인회씨,전 공화당 국회의원 신용남씨와 자주 골프를 즐겼다.

이 회장은 골프를 대충 치지 않았다.

스윙의 기본원칙을 철저히 익힌 폼이었다.

이 회장은 골프의 장점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회사 직원들에게 골프를 권하고 골프 룰이나 매너를 배우도록 했다.

삼양통상 회장이던 허정구씨가 삼성물산 사장으로 있던 시절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할 때도 회사일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갔다오도록 배려했다.

이 회장은 골프를 해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회장은 스코어를 속이거나 거짓말하는 사람,시간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해 매우 엄격했다.

예절을 지키지 않고 고성을 내거나 목욕탕에서 누워자는 등 골프장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은 두 번 다시 상대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골프는 신사도가 기본이라고 자주 말했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남에게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라운드에 들어가면 연습스윙을 전혀 하지 않았다.

티샷은 티를 꽂은 뒤 바로 날렸다.

페어웨이나 그린에서도 연습스윙 없이 곧바로 샷을 했다.

이 회장은 "골프를 할 때 남이 날 기다리는 것은 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항상 바로바로 샷을 하는 습관이 돼 있었다.

이 회장은 라운드가 끝나면 그날 가장 잘 친 베스트샷과 잘못 친 워스트샷 딱 두 가지만 기억했다.

잘못된 샷은 실패도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기억했다.

이 회장은 어프로치샷과 퍼팅,벙커샷은 드라이버샷과 달리 철칙과 요령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사업도 그와 마찬가지로 요령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쇼트게임을 무척 잘해 그린 주변에서 스코어를 많이 줄였다.

이 회장은 사업상 경쟁자였던 당시 정주영 현대 회장에게 골프에서 지는 것이 아주 싫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골프에서 이기고 싶은 사람은 꼭 이기려고 했지만 즐겁게 치고 싶은 사람과는 즐기면서 골프를 쳤다.

자신의 골프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