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영 TV는 29일 밤 이색뉴스를 한가지 내보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포스터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화면에는 전철역 앞 문방구,사진 현상소,자민당 본부등 포스터를 판매하는 곳이 여러 곳 등장했다.

카메라와 마이크는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학생,상인,오토바이 택배기사,회사원등 민초들의 목소리였다.

"예전에는 오락물만 봤는데 (총리가 바뀐 후부터는)정치뉴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냥 좋아서요.솔직하잖아요"

자민당이 찍어낸 고이즈미 총리의 포스터는 28일까지 26만5천부가 팔려나갔다.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장당 50엔을 받는데도 발행 후 얼마 못돼 동이나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지난 4월의 자민당 총재선거 때부터 싹튼 고이즈미 신드롬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승 일로다.

내각 지지도가 발족 당시의 78%에서 최근에는 85.5%까지 치솟았다.

역사 왜곡 교과서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로 한국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손상시키고 있는데도 유권자들은 그의 말 한마디,행동 하나에 열광한다.

결과만을 놓고 말하자면 일본 국민에 대한 고이즈미 최면효과는 민심을 읽는 정치스타일,그리고 투명성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스모(일본씨름)시상식에서조차 "투혼에 감동했다"며 즉흥연설로 관중을 흥분케 한 그는 선동정치가의 기질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나병환자에 대한 국가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며 정부의 항소를 포기토록 하는 결정에 앞장섰다.

29일 공개된 각료재산 내역에서는 평균치(1억4천5백만엔)의 3분의 1에 불과한 5천만엔을 신고했다.

모리 전총리가 골프회원권 무상제공 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지만 그는 골프회원권은 물론 주식조차 단 한주 가지지 않았다.

지도자의 처신과 국민적 신뢰가 국가적 에너지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슷한 시각 한국 정가는 정치 지도자들의 자식 병역비리 의혹과 일가친척이 관련된 기업 특혜 시비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