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의 종말을 외치는 학자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상론에 치우쳐 있다.
오랜 역사속에 우리 언어문화의 핵심 자산이 돼 있는 한자어가 그들의 주장처럼 간단히 생명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문화의 속성상 그렇다.
요즘 대학생의 상당수가 부모의 성명이나 학교명 전공과목조차 한자로 쓰지 못하고 심지어 국어교과서를 읽지 못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교수들의 불평은 우리 한자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아무리 기초 한자지식이 낮다고 해도 ''目標''를 ''자표''로,''讀者''를 ''필자''로 읽는 대학생이 있고 ''민족''이나 ''국가''도 한자로 쓰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는 조사결과를 보면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그런데도 한자문화권에서 우리 만큼 한자교육에 소홀한 나라는 없다.
중국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3천6백자를,대만은 4천8백자를 가르친다.
일본은 초등학교에서 1천6자,중학교에서 9백36자 등 1천9백42자를 가르치고 있다.
인명용 상용한자 2백84자는 별도다.
북한은 64년 한자교육을 부활시킨 이래 교육한자 3천자를 지정해 초등5년부터 중등2년까지 1천5백자,그뒤부터 대학까지 1천5백자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51년 1천자를 상용한자로,59년 1천3백자를 임시허용한자로 가르치다 68년 한글전용으로 폐기했다.
그뒤 72년 중교 9백자,고교 9백자 등 모두 1천8백자를 교육용 기초한자로 지정해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는 재작년부터 3,4학년에서 한자 영어 컴퓨터중 택일하도록 한게 고작이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가 29일 정기총회에서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어교육의 혼란을 막고 한자문화권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초등생 때부터 동아시아의 공통문자인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에 교육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몰아내야 할 것은 한자가 아니라 세계화라는 구호에 편승해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외래어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