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AFTA(아세안자유무역지대) 역시 그러한 면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AFTA는 당초 협의체 구성이 1년 늦춰지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10개 회원국 내에서 모든 재화와 용역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당초 취지도 갈수록 빛이 바랬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헛되이 낭비됐다.

아세안 회원국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노력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국제환경은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 협정을 맺도록 요구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기치 아래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장벽들이 하나둘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포럼(APEC)에 참여했거나 참여를 희망해왔다.

이들 국가의 최종 전략은 역시 고도로 집중화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A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EU(유럽연합)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동남아 국가들은 세계 어느 곳보다 외국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지역은 외국업체들의 생산 및 수출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중국이다.

투자자들이 중국으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한순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난 1997년 경제위기 때 이같은 사실이 분명해졌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이같은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각국의 장벽을 낮추게 되면 필연적으로 역내무역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아세안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각국은 역내무역 촉진과 더불어 관세명칭과 통관절차 조율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왔다.

또 투자와 서비스 등에 대한 자유화조치를 적극 취해왔다.

아세안의 가장 난제로 꼽히던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4개국 흡수문제도 해결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들이 무역규범과 국제관행을 충실히 따르라는 AFTA 협의체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AFTA 출범을 향한 중대한 진보를 이뤘다.

2008년까지 창설키로 했던 자유무역지대를 내년에 실현시킬 계획이다.

당초 공산품만 해당됐던 것과 달리 모든 형태의 상품을 자유무역 범주 안에 넣었다.

AFTA 참여국들은 지난 1993년 12.76%에 달하던 관세율을 지난해 4.43%로 낮췄다.

이에 따라 역내무역은 1993년 4백42억달러였지만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에 8백54억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AFTA는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동남아 국가들은 그다지 좋지 못한 평판을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경제 및 정치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민차인 "프로톤"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2005년까지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방침이다.

태국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팜유 시장에 대해 빗장을 닫아걸 태세다.

현재로선 누구도 동남아 국가들이 10년 안에 자유무역지대를 완성할 것으로 단언하기는 힘들다.

분명히 더 많은 세부사항들이 합의돼야 한다.

이와 함께 아세안의 각국 정부는 AFTA 출범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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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AFTA에 기회를 주자"라는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