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의 음악과 꼭 닮아 있었다.

투명한 얼굴은 햇살처럼 밝았고,착한 눈빛은 아이처럼 맑았다.

예민(35).고운 노랫말과 서정적인 선율로 자연과 동심을 노래해 온 그는 스스로도 노래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로 친숙한 작곡가겸 가수 예민이 미국유학중 준비했던 새앨범 "나의 나무"를 들고 왔다.

97년 3집앨범 "노스탤지어"이후 4년만의 작업.미국유학중 치렀던,홍역같았던 방황끝에 내놓은 결실이다.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에 부딪쳤어요.

원하는 소리를 얻기위해 집착하고 욕심을 내던 때였는데 문득 그런 질문이 들더군요,지구상에 60억명이 산다면 1시간은 60억시간으로 분화되고 매순간 무수한 음악들이 쏟아지는데 내 음악의 존재이유나 가치는 무엇일까.

그러다가 나 역시 조물주의 악기로,내가 제일 잘하는 음악을 하는게 옳다는 결론을 내었지요"

"원하는 세상에 모시고 가 드릴께요/손을 줘봐요 제게/푸른 하늘 위에 꽃들을 생각해봐요/눈을 감으면 돼요"(마술피리)

그의 노래대로 눈을 감고 음악에 마음을 맡기면 눈앞에 깊은 숲속이 열리는 듯 하다.

푸른 솔향이나 부드러운 흙냄새가 금새 코끝에 끼칠것만 같은 청정하고 고요한 숲속.그 여행은 온기로 가득한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제 돌아가요/내쉴 곳을 찾아/봄햇살로 따뜻한 담장에 얼굴대던/그곳은 나의 집/...세상 어디에서나 그리운 햇살과 같은 내집"

현재 불교방송(BBS)FM "예민의 세계음악여행"(토.일 밤 12시~새벽 2시)을 진행중인 그는 이번 앨범에 세계 민속음악부터 종교음악까지 다채로운 색깔을 엮어 넣었다.

북 장구 아프리카 토속악기같은 타악기가 자아내는 순박함부터 클래식한 화성과 혼성합창,파이프오르간을 사용한 장중함까지.정교하지만 가공되지 않은 듯 편안한 느낌의 곡들은 한층 풍요로워진 그의 음악세계를 드러낸다.

"제겐 지구상의 모든것들이 자연의 악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들이 지저귀거나 나뭇잎이 바삭이거나 공장에서 나는 기계음까지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자연을 노래하는 것 같거든요.

현학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고 싶어요"

언제나 그랬듯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도 함께 담았다.

"멜로디를 쓸때 언제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의 음성은 다섯살때부터 교회 성가대에 섰던 나의,내 친구들의 어린시절의 소리예요"

죽을때까지가 아니라 죽어서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는 노래로 삶을 읊는 시인이며,음악으로 사유하는 철학자였다.

글=김혜수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