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을 목격하고 썼던 지난주의 칼럼을 읽은 어느 독자가 점잖게 꾸짖어온 내용을 공개한다.
지난주 필자는 홀인원이 있기 전에 앞팀의 허락을 받고 티샷한 것을 ''앞팀의 사인을 받고 샷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인을 받는다''고 적을 것이 아니라,''웨이브(wave)''라고 적어야 옳다는 것이었다.
골프선배에게 확인해 봤더니 과연 그 말이 옳았다.
그런데 지난주의 라운드에 동행했었던 캐디에게서 놀라운 한마디를 들었다.
예를 들어서 파5홀에서 4타를 오버했을 때,우리는 흔히 ''애바''를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애바''라는 말의 진원지는 ''집에 가서 애나 보라''는 비아냥거림에서 나온 조어라는 것이었다.
어떤 종류의 새 이름을 차용한 서양말이겠거니 하였는데,그것이 아니었다.
파5홀에서 걸핏하면 ''애바''를 저지르는 내 자신이 이 용어를 자주 사용해 왔다는 것은,내 스스로 집에 가서 애나 봐야겠다고 수시로 떠벌인 꼴이 되고만 것이었다.
용어 사용의 오류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흔히 샷 한 공이 호수나 연못에 떨어지면,해저드(hazard)에 빠졌다고 표현하고 모래에 떨어지면,벙커(bunker)에 빠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해저드''는 벙커,바다,연못과 같이 경기진행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장애물을 설치한 것을 망라하는 광범위의 용어였다.
이를테면 물과 관계가 있는 호수,연못,습지,강,바다,하천,배수구 표면,도랑,뚜껑없는 수로에 공이 떨어졌을 땐,''워터 해저드''에 떨어졌다고 말해야 옳은 것이었다.
벙커처럼 푹 파인 곳에 깎지 않은 잔디가 있을 때 ''그래스(grass) 벙커''라고 일부 말하는 골퍼가 있는 모양이나 벙커는 어디까지나 ''모래''로 된 것만을 일컫는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러나 라운드 도중에 듣게 되는 속어의 사용들이 라운드 중 겪게 마련인 피로감이나 긴장감,그리고 때로는 경직된 분위기를 용해시켜주는 청량제 구실을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동료 골퍼가 샷 한 공이 벙커에 떨어졌을 때,나는 흔히 ''된장통''에 빠졌다고 일러주거나,그늘집에서 내 놓는 오리알을 가리켜 ''낙동강 오리알''이냐고 물어서 일행 모두가 한번씩 웃는 것이다.
김주영 소설가 jykim@paradise.or.kr